'서민 위한다'던 저축은행, 사실상 일본계 대부업화

이혜원 2013. 12. 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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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서민의 금융'을 표방하며 국내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이 되레 서민들의 자금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수신기능은 외면한 채 고금리 소액대출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제동을 걸어야 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빗장을 풀어주며 저축은행의 일본계 대부업화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계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구 오릭스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등이다.

SBI저축은행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했고, OSB저축은행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친애저축은행은 솔로몬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의 채권을 인수해 영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저축은행의 설립취지와 맞지 않게 고금리 대출업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설립 취지는 일반 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해 서민의 자산형성을 돕는 데 있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금리는 각각 ▲SBI저축은행 2.50% ▲OSB저축은행 2.70% ▲친애저축은행 2.70%로 업계 평균 2.82% 보다 낮다.

지난 9월말 SBI저축은행의 자산 중 현금·예치금은 3661억5100만원인데 반해 대출채권은 8444억2900만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매달 20억원을 광고·마케팅비로 사용하면서 170억원의 신규 대출을 일으키고 했다.

같은 기간 905억원의 현금·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는 OSB저축은행은 대출채권이 5533억원에 달한다.

친애저축은행 역시 현금·예치금이 1502억원인 반면 대출채권은 436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친애저축은행은 매달 200억원 정도의 신규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출을 더 많이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가교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고금리 대출은 더욱 횡행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9일 예주·예신·예성·예나래 등 4개의 가교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인수의향서를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인수를 공식화 하는 자리에서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해 업계 주도적으로 20%대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 할 것"이라며 대출만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오히려 처치 곤란이던 저축은행을 매각한다는 것에 흡족해 하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앤캐시의 경우 금융당국 방침과 달리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기존 대부업을 완전히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당국은 매각을 허용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대부업체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부업체에 대해 충분한 자본력, 경영능력, 내부통제 기능 등 엄격한 승인기준 설정하고 ▲대부업 신규 영업 최소화 ▲대부 자산의 점진적 축소 등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4개 가교저축은행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본 등 외국계 자본을 용인한 것은 국내에서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했던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부업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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