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자동차 위해 쇠고기 내줬다

2013. 12. 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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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전제품 등 관세 즉시철폐 확보"

쌀 등 제외 농축산물 시장은 개방축산농가 상당한 타격 입을 듯투자자-국가소송도 합의

정부가 5일 발표한 한-오스트레일리아(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내용은 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수출을 위해 쇠고기 등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벌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축산농가의 피해를 방치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행태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받을 대목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우리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관세 즉시철폐를 확보했다. 최근 호주에서 일본 자동차의 약진으로 주춤하고 있던 우리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서 호주 수출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에 전력을 쏟았음을 내비친 것이다. 호주는 세계적 브랜드인 도요타(18%, 점유율 1위)를 비롯해 마쓰다, 혼다 등 '엔화 약세'의 이점을 앞세운 일본 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8%대의 점유율(3위)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정이 국산차의 호주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호주와 에프티에이를 맺은 타이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호주로 '우회 수출'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행 5%인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해,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도 이번 협정의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부는 쇠고기를 비롯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호주에 개방했다. 특히 쇠고기 시장을 한-미 에프티에이 수준으로 개방함에 따라 축산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전체적으로 한-미나 한-유럽연합 때보다 보수적인 내용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호주가 미국과의 협상 때보다 요구하는 게 많았지만, 한-미 에프티에이 수준에서 방어했다. 크게 손해본 게 없다"고 말했다. 김덕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당초 우려했던 그런 피해는 안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협정이 발효되려면 2~3년 정도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해 발효된 한-미 에프티에이에 견줘 그만큼 국내 축산농가가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주산 쇠고기가 현재 40% 수준인 관세 장벽에서도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면 축산농가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쪽에서 반대해온 투자자-국가소송(ISD)은 최근 호주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조항에 전향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합의를 이뤘다. 이 조항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의 공공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어 투자자를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호주는 대표적인 자원부국으로 외국기업의 투자가 많아 이 조항에 반대해왔다. 정부는 "호주에 자원 및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조항이 꼭 필요하다. 호주가 이 조항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동안 진행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예비협상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국의 관심 표명에 대해 접촉한 대부분의 티피피 참여국들이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티피피 협상의 최대 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대표단과는 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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