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5년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 대규모 실탄 투하에 딜링룸 초토화.. 10분만에 8원 치솟아

이연선기자 2013. 10.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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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베팅 심리에 찬물.. 예상 깬 개입에 딜러 패닉대외여건은 바뀐 것 없어 당분간 속도조절 가능성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을 40여분 앞둔 시각,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던 딜러 A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 장중 연저점(1,054원30전)을 찍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조정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정부의 무지막지한 실개입에 딜링룸 분위기는 급변했다. 상승폭을 급격히 키우던 환율은 어느새 1,060원을 넘어 1,062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일부 은행은 급하게 달러를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공동개입에 외환시장이 초토화되는 순간이었다.

A씨는 "정부가 이전에도 구두개입에 나선 적이 있기 때문에 구두개입의 강도만 높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직후에 실개입까지 들어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며 "정부 개입 강도가 예상보다 많이 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적어도 10억달러 이상의 실탄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에서는 정부 개입물량을 10억~20억달러로 추정했다. 10월 들어 1일 평균거래량이 62억~63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규모다.

원ㆍ달러 환율이 '튀어오른' 오후2~3시에는 약 5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집중됐는데 그중 일부는 개입물량, 일부는 실거래물량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개입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발표하는 형식을 띠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기재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던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이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위기에는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치솟아 반대 방향이었다"며 "사실상 5년 만에 공동으로 발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실개입에 놀라면서 외환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환율 하락에 쏠렸던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지연, 경상수지흑자, 외국인 주식투자 추세 등 대외여건은 바뀐 것이 없다"면서도 "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 언저리에서 자체적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던 시장에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대세적인 환율 하락을 쓸데없이 정부가 나서서 왜 막냐고 하겠지만 당국 입장에선 하락을 놔두다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부담이 크다"며 "전세계적으로 불안요인이 여전한데 원화만 독야청청 강세로 가는 것도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추가 제도장치가 없는 정부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시건전성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거시건전성 조치는 외환시장이 아닌 금융회사의 과도한 차입에 필요한 것"이라며 "제도를 건드리기보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통해 변동폭만 축소하는 게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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