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기 시작한 커피.. 누가 마셔줄 것인가

이혜운 기자 2013. 8.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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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업계 포화 논란.. 출점경쟁에 불황까지 겹쳐 주요업체 영업이익 '뚝'] 好시절 끝난 커피전문점들? - 카페베네·커피빈 영업이익, 작년보다 40~50% 줄어 低價 커피는 '불황 속 호황' - 이디야 커피, 점포 수 1위.. 편의점 1000원대 제품도 인기 성장 가능성은 남아 - 지방 대도시선 매출 증가.. '커피+문화공간' 변신 시도

최근 커피업계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이면서 커피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커피업체 영업이익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어서 포화 상태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커피업계 실적 줄줄이 하락, 포화 상태"

커피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주장의 근거는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1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국내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출점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9.9%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빈코리아도 작년 매출이 1378억원으로 전년보다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보다 50% 가까이 감소했다. 탐앤탐스도 지난해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64억원)은 전년보다 12.5% 줄었다.

커피업계 성장을 주도했던 스타벅스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3909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247억원)은 전년보다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왜 주춤하나?

국내 커피 시장은 1999년 스타벅스 1호점 개점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999~2011년 커피업계는 매년 21.6%의 성장률을 지속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해외 브랜드가, 2000년 중반부터는 국내 브랜드가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2008년 카페베네는 공격적인 출점 경쟁을 벌였다. 이렇게 잘나가던 커피 사업이 왜 갑자기 주춤하는 것일까.

우선 2000년대 중반 커피 사업의 과도한 출점 경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과열 경쟁으로 점포가 급격히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05년 영업이익률이 14.4%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2008년 19.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바로 다음 해 2.2%대로 하락했다.

특히 가맹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던 일부 커피업계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같은 브랜드 커피 전문점의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모범 거래 기준을 만든 뒤 실적이 더욱 악화하는 추세다.

경쟁과 맞물린 불황도 한 원인이다. 불황으로 커피 사업 전체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커피 사업 성장기에는 '밥보다 비싼 커피'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엔 비싼 커피 대신 저가 커피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1000~1500원대인 편의점 커피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의 연간 커피 매출 증가율은 20~30%대에 달한다. 이만큼이 커피업계 매출에서 편의점 업계 매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차은철 GS리테일 편의점 식품팀장은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처럼 자신이 원하는 용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늘어나 대용량 테이크아웃 커피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93잔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커피업계는 M&A 시장에 매물로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커피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달 4일 할리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외에도 점포 수 500개 미만 규모의 커피 체인점 2~3곳이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된다. 셰프의국수전을 운영하는 김석훈 대표는 "일반 커피업계가 포화라는 생각에 커피뿐 아니라 문화 공간까지 합친 새로운 사업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성장 가능성 있다"

하지만 아직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서구 평균에도 훨씬 못 미쳐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계자원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1.8kg으로, 미국(4.2kg)·캐나다(6.5kg)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3.3kg)보다 적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식생활은 꾸준히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에 커피 소비량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황이 풀리고 소비 수준이 확대되면 커피 시장 규모 자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이지만 지방 커피 시장은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경기도를 포함한 6대 광역시의 커피업계 매출액 증가율은 매년 20%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 7월에도 목포평화광장점, 부산송정비치점 등을 오픈했다"며 "앞으로도 점차 지방 매장 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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