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錯視(착시)'에.. 경고음 못 듣는 한국경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꾸준한 실적을 올린 것 같지만 실상은 '삼성 착시(錯視)'였을 뿐이다. 매년 실적 최고치를 경신해온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곤 철강·조선·중공업 등 한국의 나머지 주력 산업은 최근 수년간 반 토막에 가까운 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특정 기업 호황에 따른 통계에 가려 한국 경제에 비상(非常)이 걸린 줄 모르는 상황이다.
28일 본지가 매출 기준 상위 100대 상장 기업의 실적 추이를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의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48조7308억원으로 금융 위기(2008년)가 일어나기 전인 2007년보다 3%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제 불안 속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97개 기업만 놓고 보면 작년 순이익은 23조9222억원으로 2007년의 63% 수준에 그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는 2010년 중국 경기 부양책 때문에 반짝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의 박종갑 상무는 "주력 기업의 이익이 준다는 것은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제품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100대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9%→2009년 35%→2011년 36%를 거쳐 작년 5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3개사 이익이 나머지 97개 기업 이익보다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버텨 온 휴대폰과 자동차 업종마저도 힘에 부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엔저(円低)와 국내 강성 노조 문제로 성장을 이끌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7%나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서가 전체 이익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어 '스마트폰 붐'이 끝날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비상벨이 울린 지 한참 됐는데 그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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