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제휴사에 실적 부풀리기용 허위 거래 강요

송병우 기자 2013. 5.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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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수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17일 "(현대차가) 수출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제휴업체에게) 차량을 허위로 떠넘기고 정식 수출인양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했다"고 밝혔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소재 한상기업으로 현대차 상용차 부문의 현지 제휴업체다.

조선비즈는 현대차와 코린도 사이에 다수의 허위 거래가 있었다는 양사 실무자의 증언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실무자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 세금계산서 원본, 상업송장(인보이스)을 입수했다. 조선비즈 의뢰로 자료를 검토한 회계사는 "가장매매를 이용한 전형적인 매출 부풀리기 수법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승 회장은 수출실적 부풀리기를 주도한 인사로 최한영 현대자동차 부회장(상용차부문 대표이사)을 지목했다. 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 부회장은 다수 제휴업체에게 가짜 영수증을 발행할 것을 강요했다. (이에 협조하면) 현지 판매촉진과 클레임(계약위반에 따른 배상)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을(코린도)이 갑(현대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한영 부회장은 "승 회장이 현대차에게 바라는 것은 돈이다. 오는 6~7월 나올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결과를 앞두고 음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현대차 "윗선의 지시다…가짜 세금계산서 끊겠다."

이 모 코린도 전무는 지난 2009년 7월 중순 김 모 현대차 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 전무는 현대차와 거래를 맡은 실무 책임자였다. 이 전무는 "(현대차 부장이) 느닷없이 차량 720대를 인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계산서를 끊겠다고 했다. 윗선의 지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결국 임영근 코린도 부사장에게 서신을 보내 "7월 현대차 '실적 처리를 위한 계산서 발행'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승 회장은 "최 부회장은 연말이 다가오면 수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실적을 엉터리로 보고하곤 했다. 2010년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함께 골프 칠 때도 부하 직원에게 '정 회장에게 사실대로 보고 하지마. 다른 식으로 둘러대'라고 지시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현대차와 코린도 사이 거래내역을 입수했다. 거래내역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9년 7월21일, 8월31일, 9월30일 세 차례에 걸쳐 총 343만달러 어치 반조립 제품을 코린도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했다. 계산서가 발행되면 현대차 수출 실적으로 잡힌다. 이 거래들은 지난해 특별한 이유없이 잇달아 취소됐다.

현금 수수가 없었으니 얼핏 코린도의 피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코린도는 이 거래 탓에 재무건전성을 의심받고 신용도도 떨어졌다. 국내 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서류 검토 결과 코린도가 현대차 요구로 장부상 떠안은 재고가 2000대를 넘은 적도 있었다"며 "기업이 악성 재고를 갖고 있으면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은행 여신업무 담당자도 "서류상 악성재고가 장기간 쌓여 있으면 신용도가 떨어져 지급보증을 받기 어렵고 대출금리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현대차가 제휴업체에게 제품 인수를 강요한 행위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와 비슷하다. 제휴업체가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승 회장은 "현대차의 요구를 거절할 제휴사는 거의 없다. 자칫 잘못 보이면 계약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에 최 부회장은 "코린도는 5년 간 트럭 2만5000대를 가져간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인수한 트럭은 7500대에 불과하다. 코린도가 신용장(L/C)을 열지 않다보니 물량을 추가로 보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재고가 창고에 쌓여있다"고 말했다.

◆ 최한영 부회장, 재계약 조건으로 제휴사 임원 교체 요구

최 부회장은 코린도의 임원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 회장은 2010년 봄 경기도 남양주 해비치 골프장에서 최 부회장을 만났다. 승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공급하는 부품의 품질 개선과 불량품의 무상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코린도 자동차 담당 사장과 임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승 회장은 "제휴사 인사까지 개입하는 것이 불쾌했으나 갑의 요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승 회장은 자동차 사업담당 사장을 다른 부서로 옮기고 임원은 해임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1년 6월 코린도와의 계약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익태 현대차 아태상용차수출팀장은 "최 부회장이 제휴사 임원의 해고를 요구하긴 했으나 이는 강요가 아닌 권고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도 "당시 코린도 사장은 자동차 산업에 무지하고 의사소통에 하자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사장의 해고를)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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