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봉양에 다 큰 자식까지..50代 등골 휜다

2013. 5. 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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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주소본인 여가비 2년새 14% '뚝'..부모 의료비·교육비는 급증

우리나라 가정의 중추인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독립하지 못한 20대 자녀와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느라 등골이 빠질 대로 빠지고 있다. 자신들을 위한 지출은 줄고 가족부양 부담은 치솟으면서 부부간에는 이혼까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2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한국갤럽이 메트라이프코리아 재단 후원으로 조사해 발표한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1956∼1963년생 50대가 은퇴 준비는커녕 재취업 전선에 나서는 등 총체적 난국에 내몰리고 있다.

2010년 이미 한 차례 실태조사를 한 베이비붐 세대 3275명을 지난해 다시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연구를 주도한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노후 대비 투자는 줄고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모두 문제가 있는 고위험집단 비율은 증가했다"며 "이들의 미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고는 이들의 가계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매달 평균 283만7000원을 생활비로 쓰는데 자녀 뒷바라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신들을 위한 여가비는 2010년 15만5000원에서 지난해 13만2000원으로 14.58% 줄어든 반면에 자녀 교육비는 92만5000원에서 117만6000원으로 27.2%나 늘었다. 여기에 의료비, 경조사비, 부모 송금 등 사적보조금도 모두 증가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가장 큰 짐은 독립을 못하는 '캥거루족' 자녀였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24세 전후인 이들은 65%가 미취업 상태로 부모에게 의존 중이다. 이 때문에 자녀가 대학 재학·유학 중이거나 결혼할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삼아 연간 등록금으로 1014만원, 유학비로 1920만원, 결혼비용으로 3906만원을 짜내야 했다. 2010년보다 각각 10∼24% 증가한 규모다.

평균 연령 79세로 80% 정도가 평균 이하 경제·건강 상태인 이들의 부모 생활도 베이비붐 세대가 지탱해야 한다. 부모 의료비로 나가는 돈이 상당한데 시댁 부모 의료비는 연간 22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1.76% 줄었으나 친정 부모 병원비는 같은 기간 137만원에서 198만원으로 44.38% 급증했다. 친정 쪽에 보태주기 힘들었던 예전의 세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결혼 만족도와 정신건강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47%가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지난 2년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부부는 무려 36.4%였다. 황혼이혼 급증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의 약 20%가 최근 2년간 불면증, 식욕감소 등의 우울증상을 경험했으며 7.6%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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