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저가의 불편한 진실..완전 해부

봉성창 기자 2013.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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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자제품 및 IT기기를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국가다. 인터넷 가격비교를 통해서다. 초기 출시 가격은 여타 국가들과 비슷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예컨대 일본제 모 인기 DSLR 카메라는 국내서 인터넷 최저가 81만8천390원(4월 22일 기준)에 팔린다. 이 제품은 미국서 씨넷 가격비교 기준 최저가 714.99달러(한화 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이 약간 더 저렴해 보이지만 이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어서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훨씬 싸다.

자국인 일본에서는 카카쿠닷컴 기준 최저가로 6만8천엔(약 76만2천원)이지만 보통 결제수수료가 따로 붙는다. 최근 엔저 현상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와 일본 모두 보증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4~5만원 가량의 비용을 별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품등록만하면 추가비용 없이 2년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본이 더 비싼 셈이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 시장과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다. 보통 시장 규모가 클수록 상품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미국서 공산품이 저렴한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인터넷 최저가가 더 저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한 달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최저가가 만들어지는 배경과 가전 및 IT제품의 인터넷 판매 가격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는 왜곡된 유통 구조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옵션 구매 안하면 시치미 '뚝'

일반적으로는 오픈마켓 업체들의 경쟁이 인터넷 최저가를 만든다. 이는 주로 인기 제품에 해당된다. 오픈마켓 업체들이 정책적으로 할인쿠폰을 제공해 1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만든다. 그래야 가격 검색 상단에 위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자들이 밑지고 파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아무리 이 세상에 밑지는 장사는 없다지만 자금 회전이 급한 상인들은 재고 물량을 털기 위해 이같은 판매도 불사한다. 혹은 유통업자들 끼리 물량을 땡처리 한다. 이른바 폭탄돌리기다. 이렇게 도는 물량을 마지막에 쥐는 사람이 손해를 감수하며 파는 것이다. 특히 구형 제품의 경우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물건을 대폭 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판매 촉진 활동 범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가벼운 속임수가 존재한다. 남대문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10년째 카메라 유통을 하고있는 A씨는 "판매 제품의 가격을 최저가에 맞춘 다음 옵션을 통해 액세서리를 끼워 파는 업자들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만약 소비자가 액세서리를 함께 구입하면 물건을 배송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재고가 없다며 배송을 미루다가 결국 취소해 버리는 식이다. 실제 마진은 액세서리 판매를 통해서 남기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행해지던 전통적인 바가지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서민 옥죄는 카드깡 제품...미개봉 신품으로 둔갑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통해 나온 제품이 아닌 경우다. 이른바 무자료 물량이다. 유통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이 저렴해진다. 무자료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로도 다양하다. 카드깡부터 대형마트에서 흘러나온 제품까지 다양하다.

카드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지난 2일 모 대형 가전 할인마트에서 활동 중인 카드깡 업자 B씨를 만났다. B씨는 "카드깡은 보통 현금서비스 한도에 비해 물품구매 한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한다"며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모집해 카드깡 업자와 연계를 통해 카드로 전자제품을 대량 구입한 후 이 금액에서 선이자를 뗀 70~75% 가량을 현금으로 내준다"고 말했다. 나중에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대부분은 결제 사고로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 카드깡을 통해 대량 구매된 제품은 미개봉 신품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팔려나간다.

때문에 가전매장에서는 이러한 카드깡이 의심되면 판매를 거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부 가전매장 점주는 오히려 카드깡 업자와 손을 잡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할당된 목표매출을 올리기 위한 꼼수다.

이런 과정에서 흘러나온 제품은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중고장터에 미개봉 신제품이라는 명목으로 싸게 팔려나간다. 보다 못한 제조업체가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나치게 싸게 나온 물건은 무작위로 구입해 시리얼번호를 추적해 유통업체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비공개로 된 회원제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판매가 이뤄진다.

문제는 제조업체가 이를 자체적으로 단속하는 것도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위반이다. 다시 말해 불법을 잡아내는 것도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대형마트 뒷거래, 전방위 탈세 양산

대형마트도 인터넷 최저가에 간접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지난 5일 만난 유통업자 C씨에 따르면 그동안 대형마트는 판매 부진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전매입제가 아닌 반품 조항을 유통업체에 암암리에 강요해왔다. 즉, 물건이 안 팔리면 반품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여러 차례 제재 당하면서 결국 대형마트들은 표면적으로나마 완전매입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완전매입제를 통해 발생된 재고 물량의 처리다. 이 물량을 대형마트 일부 MD직원들이 유통업자들에게 다시 싸게 파는 것이다.

▲ 대형마트에서도 재고 물량을 대상으로 불법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위 사진은 본 기사와 상관없음)

보통 대형마트는 일반 유통업자들에 비해 제품을 대량으로 받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는다. C씨는 "가령 A라는 제품의 마트 공급가는 10만원, 일반 유통공급가는 13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대형마트에서는 이 제품에 마진을 붙여 18만원에 판매하다가 재고가 남게 된다"며 "이 제품을 12만원에 유통업자에게 몰래 넘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업자가 마트에서 공급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넘겨받는 댓가로 뒷돈을 찔러준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더했다.

카드깡이나 마트 뒷거래 등을 통해 매입 근거가 남지 않은 제품들을 팔기 위해 일부 유통업자들은 매입 세금계산서를 구입해 정상적인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매입 근거는 없고 매출 근거만 있으면 세무당국에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매출근거도 남기지 않는 전방위 탈세 수법도 있다. 바로 대형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되는 공동구매다. 비공개로 운영되는 회원제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들은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저렴한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유통구조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이다. 탈세 제품이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포털업체들은 커뮤니티를 통한 상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같은 커뮤니티 판매자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정상적인 세금과 마진이 붙은 제품은 결코 인터넷 최저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유통업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또한 이는 비단 IT 및 가전 제품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에 뿌리깊게 퍼져있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는 누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분명히 손해를 본다. 그것이 유통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이나 혹은 박리다매와 같은 정상적인 판매 촉진 행위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전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유통업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인터넷 최저가를 좋아한다"며 "그들이 할인받은 금액만큼 빚에 �기는 다른 누군가가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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