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비 집값 낮다는데.."와닿지 않는 통계

전병윤 기자 2012. 11.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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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PIR'비교, 홍콩·호주보다 낮아..자료기준따라 결과 달라 일부 회의론 제기

[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국가별 'PIR'비교, 홍콩·호주보다 낮아…자료기준따라 결과 달라 일부 회의론 제기]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매달 버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무려 12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현실을 비춰본다면 거리가 먼 통계란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6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최한 '주택시장 환경변화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기준으로 4.4배로 홍콩(11.4배) 호주(6.1배) 영국(5.2배)보다 낮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버블이 꺼지며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3.5배)에 비하면 집값은 다소 높았다. 이 교수는 이를 근거로 "국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논리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도시권별로 비교해도 유사했다. 이 교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PIR은 5.9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같았고 뉴욕(6.1배) 샌프란시스코(7.2배) ,호주의 시드니(9.6배) 멜버른(9.0배), 캐나다 벤쿠버(9.5배), 영국 런던(7.2배)보다 낮게 나왔다. 역시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이 세계 주요 도시들과 견줘도 소득수준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결과다.

이 조사는 주택거래 가격의 중위값과 가구소득(1~5분위)의 중간인 3분위를 기준으로 했다. 그러니까 중산층의 소득에 비해 고가와 저가를 제외한 중간 수준의 주택가격이 몇 배인지를 계산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이나 소득분포를 보면 한쪽 방향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평균을 내면 고가 주택에 영향을 받아 PIR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중위 분포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도 같은 기준으로 자료를 내고 있는 만큼 국가별 비교를 하기 위해선 중간계층과 중간분포의 주택가격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재 통계청에서 승인한 우리나라의 공식 통계인 국민은행의 PIR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국민은행 연간 PIR을 보면 2010년은 6.4배로 앞서 이 교수가 발표한 4.4배보다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2010년 PIR은 8.6배에 달했다. 국민은행 통계는 이 교수와 달리 전국의 평균 주택가격과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물론 앞서 이 교수의 주장대로 중간 분포의 값을 기준으로 한 소득대비 집값을 따로 발표하기도 한다. 이 기준대로 하더라도 국민은행 PIR은 2010년 6.5배로 평균치보다 높았다.

자료의 기준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소득수준의 경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세전 가구소득을 구할 수 있는 가계금융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가계동향조사의 가구소득은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삼아 부정확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국민은행측은 가계동향조사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PIR 자료를 국민은행, 주택금융공사, 국토부에서 각기 따로 발표한 탓에 혼선을 일으켜 통계청의 승인을 얻은 국민은행을 공식 통계로 삼았다"며 "개별적인 조사 자료를 가지고 발표를 할 수 있겠지만 기준이 달라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별 PIR을 비교하려고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기준이 달라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결론 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PIR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산과 소득 수준의 편차가 큰 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고 하위계층의 소득의 질은 갈수록 떨어질 뿐 아니라 동일한 주택가격이라도 외국에 비해 주거환경의 질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PIR은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소득대비 집값이 높지 않다고 결론 내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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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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