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기료 '―1만5980원'

2012. 9. 2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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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전기 소비줄여 주민에 환급.. 에너지절약 명소된 아파트

[동아일보]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심재철 씨의 8월 관리비 고지서. 심 씨는 전기료 할인으로 1만5980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권칠균 관리소장(오른쪽)이 심재철 입주자 대표에게 아파트 전기료 할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108m²(33평)형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24일 받아볼 8월분 관리비고지서의 공용전기료 항목에는 '전기료 할인 ―1만5980원'이 찍힌다. 18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냉방기 가동이 늘어 '전기료 폭탄'이 예상됐던 8월에 이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LED로 교체하고 전기 계약 바꾸고

지난해 초 아파트 입주자대표인 심재철 씨(42)는 신문을 보고 '공동주택의 전기료 지급'에 단일계약과 종합계약 등 두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종합계약은 가구별로 부과된 전기료는 주택용 저압요금으로 내고 엘리베이터나 가로등의 공용전기료는 일반용 요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단일계약은 각 가구가 쓴 전기료와 공용전기료를 합산해 모두 주택용 고압요금으로 낸다. 주택용 고압요금은 저압요금보다 20% 정도 싸다.

심 씨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기존 종합계약이 돼 있는 아파트의 공용전기 사용량을 줄이면서 단일계약으로 전환하면 가구별 전기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씨는 공용전기료를 줄이기 위해 전력 소모가 가장 큰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등을 모두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2000원짜리 형광등을 5만 원짜리 LED등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탓에 주민들이 반발했다. 심 씨와 권칠균 관리소장은 3개월간 연구 끝에 등 '밝기 자동제어 시스템'을 설치하면 1년 2개월 만에 LED 교체로 드는 1억4000만 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 씨와 권 소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2월 중순 교체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98가구인 이 아파트단지는 등 교체로 공동전기 사용량을 전년 대비 30%나 줄였다. 심 씨는 곧바로 한국전력과의 전기료 계약도 고압요금을 기준으로 하는 단일계약으로 변경했다. 효과는 당장 3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가구당 월 평균 7000∼9000원까지 나오던 공동전기료(33평형 기준)가 3월, 4월에는 1900원으로 줄었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절약한 만큼 각 가구에 돌려주는 구조 덕에 여름인 7월에는 0원, 8월에는 오히려 1만5980원을 돌려받았다. 심 씨는 "뭐가 달라지는지 잘 몰랐던 주민들도 고지서를 받은 뒤에는 '수고했다'고 격려해주더라"고 말했다.

○ 절전 명소로 탈바꿈

두산아파트는 이 외에도 다양한 전기절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료가 줄어야 단일계약에 따른 절감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심 대표는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주민을 대상으로 전기절약 교육을 했다. 참석을 권유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1만 원 상품권까지 만들어 나눠줬다. 각 가정에 에너지 절약 지침을 담은 팸플릿을 배포하고 전기를 많이 절약한 가정에는 20만 원 상당의 포상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7월에는 성북구가 선정한 1호 절전소에 선정됐다. 심 씨는 "다른 아파트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우리 아파트가 에너지 절약의 명소가 됐다"며 "우리 단지의 노하우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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