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거래소, 끊이지 않는 모럴헤저드

2012. 8.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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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이용 주가조작 혐의 받은 직원 숨진채 발견2010년에 감사원으로부터 이미 내부통제 지적 받아

[세계파이낸스]

한국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또다시 구멍이 발견됐다.

지난 2010년 내부통제 건으로 이미 감사원에 지적을 받고 2년 뒤, 또 다시 거래소 직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물망에 오른 것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 소속의 직원 이모(51)씨가 지난 18일 경기도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소는 공시가 나오기 전에 특정 회사의 창구를 통해 급격히 매수 주문이 나오고, 공시가 나와 가격이 오른 뒤에는 매도 주문이 나오는 이상 현상이 몇차례 발생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조사에 나섰다.

거래소가 계좌 정보를 받아온 것은 14일, 그리고 15일 저녁 이씨는 갑작스레 모습을 감췄다. 아직 범인조차 특정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조사만 하고 있었지만 금세 눈치를 챈 것이다. 그리고 그는 18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감시본부나 감사실도 아직 접근하지 않았었다"면서 "조사도 받지 않았으나 지레 겁먹고 모습을 감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파생상품본부 소속 파생마케팅팀의 팀장이었던 이씨는 올해 코스닥시장본부 소속 코스닥시장운영팀의 팀원(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씨는 공시접수에서 전자공시시스템 등재까지 걸리는 10여분을 악용해 규정위반과 광고목적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사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 거래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었다.

본래 공시 정보는 공시업무부에서 담당하지만 시장운영팀은 유상증자나 합병 등 일시적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는 공시 내용을 사전에 대비케 한다는 목적 하에 공시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우 개별 기업이 공시시스템에 자율적으로 기업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공시돼 거래소 직원의 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렇게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다른 관계자는 "한국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회적 감시망 등이 잘 된 해외와는 달리 국내 코스닥 기업들에게 모두 풀어주었다가는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를 위해 '시장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업무를 맡은 거래소의 직원이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 뿐만이 아니다.

거래소는 그간 꾸준히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10년 3월에만 해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일부 직원이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불법 매입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었다.

심지어 2011년에는 한국거래소의 전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이 상장폐지를 면하게 해주겠다면서 뒷돈을 받아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같은 해 근무기강 해이에 대해 지적받은 거래소는 당시 "시장관리자로서 자본시장법보다 엄격한 금융투자상품 매매 기준을 마련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다음해에 또다시 이런 일이 터지면서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진행되어야 할 내부통제가 매년 지적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지속적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시정보를 볼 수 있는 직원의 숫자를 줄이고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병철 세계파이낸스 기자 ybsteel@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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