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일감기근에 정책도 답답.."살려고 나간다"

이군호 기자 2012. 8. 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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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 <1-2>]해외진출 강요받는 건설사들

[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편집자주]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시공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의 실행률은 평균 105%다. 100억원짜리 공사를 수주했지만, 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더 들어 결국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박하게 책정된 공사비에, 급하게 공사를 서두르면서 불가항력적으로 늘어나는 공사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그럼에도 기업들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책사업에 적극 동참했다는 자긍심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담합 판정과 1115억원의 과징금이었다. 정부가 건설사들에게 공사 참여를 독려해놓고 정작 손해를 봤음에도 담합했다고 벌금까지 부과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일할 맛 안나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들이 최소한의 국내시장만을 남겨두고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이 60%를 넘어 70%를 목표로 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이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는 매출 증대와 수익 확대라는 경영상 전략도 있지만, 국내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례는 새발의 피다. 건설투자 감소는 물론 선진국은 일찌감치 포기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는 전근대적인 입찰제도, 수익을 거두지 못하도록 빡빡하게 책정된 예산, 공사기간 연장에도 지급되지 않는 천문학적 간접비,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주택부문 위축 등 악재란 악재는 모두 상존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건설산업의 역할은 줄어든다. 외국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수산업으로서 건설산업은 지역경제와 연관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산업임에 틀림없다. 건설기업들 스스로 난국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앞으로 8회에 걸쳐 한국 건설산업이 당면한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를 연재한다.

[[기획 -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 < 1-2 > ]해외진출 강요받는 건설사들]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선진국 포기한 '최저가낙찰제' 국내에선 갈수록 확대

- 투자 계속 줄고 부동산침체로 PF위기, 해외로 눈돌려

- 47년간 5000억弗 수주·시장 점유 7위 '사연있는 성장'

 국내 건설사들이 47년간 해외에서 따낸 건설공사는 총 5122억달러. 이중 2007년부터 6년 동안 수주한 금액만 2672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이 기간에 해외건설시장 점유율로 따진 우리나라 국가순위는 2008년 13위에서 2009년 9위, 2010년 7위로 올라섰다.

 이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시장 점유율 확대는 사실상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7년 이전 최대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6년에 기록한 165억달러다. 해외건설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지도 않았고 해외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영향이다.

당시 국내에선 2006년 5월 최저가낙찰제가 500억원 이상 공사에서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됐다.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부터는 100억원 이상으로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가 확대될 예정이다. 선진국은 이미 포기한 최저가낙찰제가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로 전근대적인 입찰제도를 보유한 것이다.

ⓒ그래픽=최헌정.

 건설투자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07년 1.4% 늘어난 건설투자는 2008년 2.8% 감소했고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3.7%, 5.0% 줄었다. 올 들어서도 1분기에만 4.4% 축소되는 등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체수(종합건설사 기준)는 △2009년 1만2321개(전년 대비 -2.1%) △2010년 1만1956개(-3.05%) △2011년 1만1545개(-3.4%) 등으로 조금씩 줄었지만 건설경기가 침체됐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보니 일감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에서 갈수록 공사물량 확보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우리나라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시작됐다. 시장 위축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로도 닥쳐왔다. 결국 토목·건축공사와 플랜트공사 등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을 가진 대형건설사들은 부동산개발사업과 국내 공공공사 비중을 낮추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게 됐다.

대형건설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2007년 19.2%에 불과하던 해외매출 비중이 △2008년 33.8% △2009년 46.6% △2010년 50.8% △2011년 51.8% △올 1분기 60.3%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11.30%에서 지난해 28.7%로 오른 데 이어 중장기적으로 70%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SK건설도 △2009년 24% △2010년 34% △2011년 44%로 10%포인트씩 상승했다.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해외매출 비중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확대됐다.

 중동 산유국뿐 아니라 신흥 산유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으로 해외건설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것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를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미국 글로벌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세계 건설시장 투자규모는 세계 GDP(총생산액)의 10% 내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세계 GDP를 70조달러로 추정한 것을 감안하면 세계 건설시장은 7조달러 수준이다. 글로벌인사이트는 2020년 세계 건설투자시장을 10조50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압축경제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국내시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대안은 해외밖에 없다"며 "우리 건설사들이 부족한 엔지니어링 역량은 M & A(인수합병)를 통해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식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전무는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축적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새롭게 진출하는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일부 레드오션화되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각 기업이 강점이 있는 분야가 다른 만큼 경쟁력 확보도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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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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