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위축→물가 둔화→생산 감소 '불황 공포'

정재형 기자 2012. 8.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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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나빠져 수요가 위축되고 수요 위축이 물가 둔화와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불황형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물가수준 하락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가 유럽 위기의 장기화와 미국 및 중국의 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경기 부진의 장기화로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경제 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2.7%)이 향후 3년 이내에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도, 해외도 수요 위축…물가 12년만에 최저

세계 경기의 부진 여파로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8.8% 감소한 446억달러에 그쳤다. 2009년 10월(-8.5%) 이후 2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월~7월 수출은 0.8% 감소해 수출증가율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수(소비+설비투자)의 기반인 소비 심리도 급랭하고 있다. 6월 소비는 전월대비 0.5% 감소해 3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내구재인 승용차 소비가 4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6.3% 줄어들어 감소폭이 매우 컸다.

이처럼 국내와 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12년 2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 4.5%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지만 기저효과가 없었더라도 6월(2.2%)과 비슷한 2%대 초반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가 지나치게 둔화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신호"라며 "경기 둔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요가 위축되면서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잠재 GDP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갭이 생겼다"며 "선진국처럼 인플레이션 갭이 3~4%포인트 수준은 아니지만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료품과 전세값 등 체감 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서민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와 물가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국제 곡물값이 한달새 20% 이상 급등하면서 연말쯤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앙등시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불황형 악순환 현실화‥가계부채 뇌관 불안

수요 위축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는 불황형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월 제조업 생산과 출하는 각각 0.3%, 0.8% 감소했다. 내수 출하가 1.1% 줄었을 뿐 아니라 수출 출하(-0.6%)도 1개월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과 출하가 줄어들면서 재고도 2.1% 감소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생산과 출하를 줄이면서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형태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재고/출하 비율은 전월대비 1.4%포인트 하락한 107%였다. 지난해 9월 103.5%를 기록한 이후 10개월만에 최저치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비유되는 가계부채의 담보로 잡혀있는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도 큰 불안 요인이다. 보유 부동산을 팔아도 대출 원금 마저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에 이어 깡통 상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0.9%였던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이 5월 말엔 1.4%로 껑충뛰었다. 경기 침체로 상업용 대출의 35%를 차지하는 상가 담보 대출의 부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증가한 상업용 대출 26조원 가운데 거의 절반인 12조8000억원이 자영업자 대출이고 이 가운데 절반인 6조원이 상가 대출로 파악되고 있다. 베이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자영업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1년도 안돼 폐업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이 60%를 초과하는 은행 대출잔액이 최근 3개월 사이 2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6월에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가 나빴던 것은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된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당분간 유럽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의 경우는 공급 측면에서 유가 상승, 곡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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