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공포'에 자산가치 하락.. 서민가계 소리없는 붕괴

2012. 7.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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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직장생활 5년차인 L씨. 지난해 6월 초 3년 모은 적금 중 1500만원을 털어 LG화학에 투자했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시 50만원대였던 주가가 30만원대 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원금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를 대비해 나머지 절반을 개인연금 상품에 투자했지만 1년 새 수익률은 8.47%포인트나 떨어졌다.

#2.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 4년째 살고 있는 세입자 K씨. 직장을 옮기면서 마포 쪽으로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집주인이 기존 전세금액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집이 말로만 듣던 '깡통전세'가 돼 기존 전세가격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는 것. 이 집은 현재 전세보증금 1억9000만원에 은행 근저당이 1억6000만원 설정돼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시세가 3억8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집값 하락으로 3억원대 초반까지 뚝 떨어진 상태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한국 경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주가에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주식과 펀드, 연금 자산가치, 아파트 등 가릴 것 없이 동반 하락하면서 저성장 디플레 공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민간 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 목전에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5%에서 3.0%까지 낮췄다. 이는 최근 정부나 국내외 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서도 비관적인 편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3.3%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3.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2%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하자 경제성장에 '빨간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한국 경제는 거듭되는 '내우외환'에 신음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돈 가뭄에 목말라하고, 자산마다 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조선(현대중공업), 철강(포스코), 화학(LG화학) 등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산업들의 주가가 반토막 나자 코스피지수는 1800선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증시는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 2007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3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주식뿐 아니라 내집 마련이나 교육비,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했던 펀드도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펀드 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은 -18.08%를 기록했다. 개인연금(-8.47%), 연금저축(-16.07%), 장기주택마련(-10.05%), 퇴직연금(-2.48%) 등도 반토막이 났다.

주택시장에는 '깡통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건수는 1만8862건이라고 최근 밝혔다.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2만건을 밑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3만1771건과 비교하면 40.6% 급감한 규모다.

지지옥션이 지난 6월 서울.수도권에서 진행된 2115건의 경매를 분석한 결과 298건의 낙찰가액이 채권자들이 제시한 청구액보다 낮았다. 이로 인한 미회수 채권액은 624억7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8개월래 최고치로 201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경매시장의 월평균 미회수 채권액(305억원)의 두 배 규모다. 이는 은행 등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은 주택을 처분해도 낙찰가가 작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시중금리는 요지부동으로 가계는 이자부담까지 가중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보유하는 사치성 자산인 골프장 회원권, 콘도 회원권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 가장 비싼 회원가(7월 12일 기준)는 남부CC로 9억8000만원이다. 4년 전 23억원의 43% 수준이다. 최근 대명레저산업은 연간 20박(泊) 기준으로 회원권을 13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22년 전 용평리조트의 회원권 분양 가격(당시 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정위기의 진앙이 유럽 전역에 걸쳐 있고, 단기에 해결하기도 어려워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4%대로 올라서려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4%대로 반전돼야 한다. 하지만 1%포인트 이상 높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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