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추락에 전세금마저 떼인다

2012. 7. 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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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때 은행빚도 못갚는 `깡통아파트` 속출

지난 6월 말 의정부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남양주 호평 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21㎡형 아파트. 중대형 인기 부진으로 감정가 대비 70% 선인 2억8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집에 지난 2008년 보증금 1억원을 내고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 서 모씨(45)는 전세금을 몽땅 날리게 생겼다.

이 집은 4년 전 전세계약을 할 때만 해도 시세가 5억원 선에 달했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으며 3억원 안팎 담보를 잡힌 등기부등본 기록은 별로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4년 후 이 평형은 3억80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그마저 경매에서 두 차례 유찰되자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이 대출을 회수해 가기에도 모자랐다.

수도권 집값 추락 불똥이 대출금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하우스푸어'뿐만 아니라 전ㆍ월세 세입자들에게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비강남 기준으로 서울지역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이미 50%를 돌파한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추락하자 전세금조차 못돌려주는 소위 '깡통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집주인이 시세 대비 20~30%를 먼저 대출받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떼일 염려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경매 아파트 가운데 낙찰가보다 빚 총액이 더 많은 깡통 아파트는 올 1월 264건에서 지난 5월 340건으로 늘었다. 월별 경매 미회수 채권총액도 1월 274억원에서 5월 36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집들은 집주인들이 2005~2008년 가격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매입한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올 연말부터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46%의 대출 만기가 도래하거나 거치기간이 종료된다. 집값 하락과 고금리 부담에 내몰린 하우스푸어들이 대거 빚 갚기를 포기하면 결국 그 피해가 힘 없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집값 하락은 집 가진 자들만의 고통이 아니다"며 "오히려 세입자들이 치솟는 전세금에다 많게는 수억원대 보증금까지 떼이게 생겼으니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 저당권에 상관없이 세입자 보증금 일부를 최우선 변제해주는 임대차보호법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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