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눈물의 백화점 재입성

허재경기자 2012. 5. 2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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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13년 사투.. 가진 건 아이디어뿐
매장비용 못 견뎌 철수 벽걸이형 드럼세탁기로 5년 만에 러브콜 쇄도
남미 등 틈새시장 공략 15분기 연속 흑자 일궈

백화점에 입점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유명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건 해당 브랜드가 일단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ㆍ옛 대우전자)가 백화점에서 철수한 건 2007년 가을. 워크아웃 기업으로선 높은 수수료와 매장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자의반타의반으로 백화점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대우일렉은 백화점에 재입성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백화점 가전코너에 대우 제품이 다시 진열된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대우일렉은 1990년대'탱크주의'를 표방하며, 삼성전자 LG전자와 어깨를 겨뤘던 국내 대표 가전회사였다. 하지만 대우그룹 해체 이후 1999년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5번이나 매각작업이 좌초되면서 지금은 냉장고 세탁기만 생산하는 백색가전회사로 축소된 상태다.

대우일렉의 백화점 재입성 신화를 만들어준 건 기발할 아이디어 상품 하나였다. 바로 벽걸이형 드럼세탁기 '미니'였다. 제품 출시 이후 인터넷카페와 블로그 등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 이달 초 출시 이후 2주만에 2,000대 이상이 팔려나갔고 마침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러브콜이 쇄도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선 초기 재고까지 모두 소진되는 바람에 진열제품까지 뜯어 판매하기도 했다.

사실 미니는 13년째 워크아웃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우일렉의 눈물겨운 작품이다. 다른 대형 가전사처럼 대규모 투자를 할 돈도 없고, 연구개발(R&D)에 전력투구할 형편도 아니고, 마케팅에 쏟아 부을 여력도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건 아이디어뿐이었다. 김경학 대우일렉 세탁기신제품 연구소장은 "처음부터 (첨단기능보다는)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불편하게 느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지금은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 당연히 가전제품도 작아져야 한다. 하지만 세탁기는 갈수록 대형화로 가고 있다. 빨랫감을 잔뜩 모았다가 세탁기를 돌리기 보다는, 속옷이나 아이 옷처럼 소량씩 자주 빨래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소형세탁기 수요가 분명 클 것이라고 대우일렉 기술진들은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도 소형화하는 추세인데 세탁기가 큰 공간을 차지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벽에 걸리는 세탁기였고 그 다음부터는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술력을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대우일렉의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미니는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일렉은 자금력이나 마케팅 아닌 아이디어 기반의 제품으로 전 세계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며 특히 남미와 중동에선 옛 '대우'의 영광을 연상시킬 정도. 또 워크아웃임에도 15분기 연속 흑자 행진중이다. 작년 1조6,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우일렉은 올해 2조원 매출에 도전하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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