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뚝뚝뚝.. 2060년엔 100명이 101명 부양해야"

2012. 5.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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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한국, 20년뒤 잠재성장률 1%" 충격 전망

[동아일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은 향후 한국 경제에 드리워질 어두운 그림자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0여 년간 '고도 압축성장'이라는 말로 대표됐던 젊고 활력 넘치던 한국 경제가 20년 뒤면 세계에서 가장 늙고 힘없는 경제로 전락한다는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 증가 둔화, 세금 수입 감소, 정부 재정 악화로 연결돼 우리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1, 2년 경제가 나빠지면 단기 부양책으로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잠재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몇 년간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더 우려스러운 상황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빨리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잠재성장률이 한국과 비슷한 이스라엘(3.2%)이 2031년 이후에도 2.6%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멕시코(3.2%→3%)와 에스토니아(3%→2.2%)도 경제 기초체력이 한국보다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 추락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저출산 고령화로 한국의 장기 잠재성장률이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한 나라 경제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한다. 말 그대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총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3%를 정점으로 2030년 63.1%, 2050년 52.7%로 하락하고, 2060년에는 49.7%로 50% 밑으로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0∼14세, 65세 이상)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2010년 37.3명에서 2060년 101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수출의 부가가치 파급효과가 하락하는 점도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70, 80년대에 정부가 집중 육성한 전자 및 중공업 분야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신산업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력 수출산업인 유화 자동차 선박 전자 기계 등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며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제품 시장도 곧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1% 잠재성장률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계산조차 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전년 대비 3.6% 성장했고 일자리는 41만5000개 늘었다. 경제성장과 가장 직결되는 것은 일자리다.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였다면, 이 중 30만 개의 일자리가 허공으로 사라졌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성장 침체에 따른 실업률 상승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의 현 모습이 20년 뒤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

○ 서비스-소재산업 집중 육성해야

OECD는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가장 먼저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할 사람이 있어야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중 밑에서 세 번째에 불과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정년 연장을 통해 중장년층의 고용을 촉진해 노동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여성 및 중장년층을 양질의 노동인구로 육성하려면 지속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생애 전반의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발굴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중요한 단초가 된다. 대표적인 산업이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 선진화다. 하지만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논란에서 보듯 정치권 및 이해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53%에 불과하고 OECD 평균인 87%보다 크게 낮다"고 꼬집었다. 생명공학, 문화콘텐츠 등 서비스산업과 함께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부품소재 등 최첨단 기술산업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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