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홈플러스, '당당함'과 '뻔뻔함' 사이

김범주 기자 2012. 5. 18. 1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정신차려야 하는 이유

최근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본격화 됐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은 환영입니다. 대형마트들은 좀 불만일 수밖에 없죠. 그래도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국내 업체들은 대놓고 말은 못 하는데, 대형마트 '빅 3'중에 홈플러스는 좀 다릅니다. 말도 하고 행동도 합니다.최근 나온 행동은 이런 겁니다. 규제 속에 자신들이 활용할 만한 '구멍'이 하나 있다는 걸 발견하곤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마트도 '대형마트'로 등록하면 규제를 받는데 '쇼핑센터'로 등록하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같은 곳이 마트와 함께 묶여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생긴 조항인데요. 홈플러스가 이걸 알고는 쇼핑몰이나 주상복합에 들어 있는 자기 매장 열 곳 정도를 골라서 해당 지자체에 "이 매장 등록을 조만간 쇼핑센터로 바꿀테니 알아둬라"는 공문을 보낸 겁니다. 이 마트들이 쇼핑센터로 등록이 바뀌면 한 달에 두 번 쉬지 않아도 되고, 24시간 영업도 그대로 할 수 있습니다.다른 마트들은 그럼 이런 방법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한창 뜨거운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또 혼나지 않을까, 에이 그러면 하지 말고 좀 기다려 보자' 이런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러면 홈플러스는 이 카드를 왜 꺼내들었을까. 이 이야기를 지금부터 좀 풀어보려고 합니다.홈플러스의 주인은 영국의 테스코라는 다국적 유통회삽니다. 주식의 89%를 가지고 있죠. 신세계그룹이 뒤에 있는 이마트, 롯데그룹이 뒤에 있는 롯데마트와는 처신의 폭이 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두 회사는 모그룹도 있고 하니 법 조항 그대로 하겠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여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홈플러스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본사에 제시할 실적이고, 특히 보이지 않는 제약은 인정할 수 없다,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일 수 있다는 겁니다.실제로 홈플러스에 제가 전화를 해서 물어봤습니다. 왜 쇼핑센터로 바꾸려고 하느냐고 말이죠. 저는 "아 그거 그냥 한 번 확인해 본거다, 국민 여론이 뜨거운데 그렇게 쉽게 할 수 있겠냐" 정도의 변명성 대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법과 규제가 허술하게 되어있지 않느냐, 대형마트만 규제하고 쇼핑센터는 규제하지 않으니 그렇게 등록을 바꾸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이죠. 좋게 말하면 당당하고, 어떻게 보면 뻔뻔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입니다.이렇다보니 지자체 담당자들도 제일 힘들어하는 상대가 홈플러습니다. 법무팀을 동원해서 법 조항을 들이밀면서 규제안에 대해서 항의를 한다더군요. 법에 정통하지 않은 담당자들이 해결하기엔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문에 대해서도 상위 기관인 지식경제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해 처리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요청엔 하나 같이 손사레를 쳤고요.제 생각으로는 제도가 이제 시행됐고 그 결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규제에 대한 옳고 그름은 차후에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홈플러스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하는 기사를 썼던 것이고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법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것은 또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이 어떻게 보면 또 글로벌 스탠다드일 수 있고요. 우리 나라 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법 규정 외에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을 받아서 영업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면 우리도 불만이지 않겠습니까.그렇다면 더 큰 책임은 허점이 보이는 허술한 제도를 만든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냐 '쇼핑센터'냐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5대 사업자라든가, 매장 100개 이상을 가진 대형 사업자 등으로 규제 대상을 정했다면 피해갈 수 있는 논란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허술하게 제도를 만들어 놓고 여론이라든가 혹은 압력 등을 통해서 기업을 움직이려는 '쌍팔년도식' 발상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겁니다. 한미 FTA까지 발효됐으니 더더욱 말이죠.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