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급커피맛은 320원짜리 인스턴트"

이관범기자 2012. 5.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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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6명 '커피 6종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니..

"제일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던데요. 정말 봉지 하나에 320원짜리 원두 인스턴트 커피였나요?"

"가장 입맛에 맞아 또 먹고 싶던 커피가 정말 가두판매점의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였나요?"

"맛만 생각하면 값비싼 커피 값에 거품이 있는 것 같아요."

문화일보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문화일보 편집국 소회의실에서 직장인 6명의 커피에 대한 평소 생각을 나누면서 내친김에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브랜드와 가격을 가리고 하는 평가)를 해봤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평가 결과를 확인하고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커피가격과 선호도 간의 상관관계를 사실상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문화일보는 사옥 인근에 재직 중인 평범한 20~30대 직장인 6명을 초청해 시중에서 적게는 300원, 많게는 4100원을 주고 언제든지 맛볼 수 있는 5종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1종의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6종은 유명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스타벅스,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가두판매점인 초코크로아· 더베이크 등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커피믹스 제조사인 동서식품의 카누 등. 매장 구입가는 각각 4100원, 3700원, 2200원(이상 14온스), 1500원(10온스), 1000원(14온스), 320원(1봉지)이었다.

한마디로 평가 결과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놀랍게도 '가장 가격이 높을 것 같은 커피'로 320원짜리 카누가 모두 11점을 받아 4000원 안팎의 전문점 커피들을 제치고 1위에 뽑혔다. 2위는 7점을 받은 1000원짜리 더베이크와 37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가 뽑혔다. 4100원짜리 카페베네는 5점을 받았다. 점수 산정은 피실험자별로 선호도 1~3위를 뽑도록 해 1~3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가장 비싸 보이는 커피로 카누를 선택한 설성헌(37) 씨는 "에스프레소처럼 맛과 향이 진해 가장 고급 커피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역시 카누를 선택한 김수희(여·29) 씨는 "진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실험을 하면서 맛만 생각한다면 굳이 비싼 커피 사먹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장 입맛에 맞는 커피도 예상을 깨고 더베이크 커피(10점)가 1위로 뽑혔다. 2위는 카누(8점), 3위는 스타벅스(7점)였다. 카페베네는 5점을 받았다. 재구매 선호도 1위는 더베이크(10점), 2위는 카누(8점), 3위는 스타벅스(7점), 4위는 초코크로아·카누·카페베네(5점)였다.

더베이크를 선택한 조일상(31) 씨는 "시료 중엔 맛이 진하고 깊은 커피도 있었으나 나한테는 순한 맛이 더 맞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접 실험에 참가해 보니까 값비싼 커피와 저렴한 커피 간의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초코크로아를 선택한 이승엽(36) 씨는 "쓰지도 않고 시지도 않은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피 가격 차이는 아무래도 인테리어·설비 등 투자비용과 인건비, 매장 유지비 등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스타벅스가 동종 전문점인 이디야보다 가격이 1200원(아메리카노 기준)이나 비싼 것을 보면 또 다른 가격 결정 요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비쌀 것 같은 커피로 카페베네를, 가장 입맛에 맞는 커피로 카누를 선택한 서윤미(26) 씨는 "평소 유명 전문점에서 마시는 커피와 맛이 같아 가장 비쌀 것 같은 커피로 골랐다"며 "가장 입맛에 맛는 커피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으나 향에 끌렸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타사 제품은 대부분 강하게 로스팅(굽기)하는 강배전 방식이어서 진하고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대신, 우린 약하게 로스팅을 하는 약배전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연하고 신맛"이라며 "최근 서유럽 등은 강배전에서 약배전으로 선호도가 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맛을 선호하는 층과 대중적인 맛을 선호하는 층 간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커피는 기호식품이어서 각자 취향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누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예상 밖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해 "동서식품이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을 감안해 전문점 커피와 경쟁하되 가장 대중적인 맛을 구현한 게 어필한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 전문가는 "커피라는 게 감성적인 제품이다 보니 구입할 때 브랜드 영향을 받는다"며 "브랜드를 가리고 맛을 보면 실제 취향의 차이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노기섭·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

블라인드 테스트 어떻게?

"비싼커피가 맛있다" 6%뿐인데, 50.9% '유명 커피전문점' 선호

"커피 값 너무 비싸다" 97% "1000~2000원대 적정"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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