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물가에 질식하다] ③ "광우병 핑계.. 닭고기 값만 올렸어요"

김형기 2012. 5.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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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상택 변해정 기자 = # 1. 대형마트 축산코너에서 만난 주부 양선자 (36)씨는 생닭 한마리(700g) 가격이 4950원이나 되는 것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양 씨는 "여섯식구가 넉넉히 먹으려면 2마리 이상 사야하는데 미국 광우병 파동 때문인지 닭고기 가격이 1주일 전보다 크게 오른 것 같다"며 "내일 저녁 찬거리는 꽁치통조림으로 대체해야 겠다"고 말했다. 400g의 꽁치통조림은 2300원, 고등어통조림은 2400원이었다.

# 2. 봉천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장현석(60) 씨는 장사를 접을 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삼겹살 1인분(200g) 4500원, 목살(200g) 5500원에 팔고 있지만 마진이 남는게 없다. 되려 고기값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최근 부쩍 늘었다. 장 씨는 "요즘엔 인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메뉴를 팔며 근근이 벌이하고 있지만 2명의 대학생 자녀를 키우려니 허리를 졸라매도 가계살림은 늘 적자"라고 토로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반찬거리를 사기위해 장이나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한결같은 볼멘 소리다. 1만원짜리 한장, 아니 10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나가도 살만한 게 별로 없다.

지난해 고유가 폭풍을 맞으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도 여전히 장보러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로 시중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값이 오르는 품목은 음료, 베이커리, 조미료에서 농수축산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최근 미국산 소의 광우병 파동으로 쇠고기 제품의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생활필수품의 반란... "노무현정권 때보다 더 심하다"

MB정권 초기 물가 불안을 걱정하는 서민들을 위해 정부는 'MB물가'라는 이름속에 52개의 생활필수품 가격을 집중 점검했다. 짜장면, 쌀, 밀가루, 고추장, 식용유, 설탕, 제과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당시에는 정권 초기여서 그런지 그런대로 물가가 잡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MB물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노무현정권 때 보다 소비자물가가 더 올랐다는 원성이 높다.

최근 먹거리, 생활필수품의 가격공습은 심각하다. 정부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가격을 인상한다.

제철과일인 토마토는 서울농산물도매시장에서 10kg짜리(3월말 현재)가 3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40% 상승했고 참외(10kg)도 지난 3월 중순 이후 7만원대 이상을 형성하며 전년대비 30% 이상의 고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채소류는 비교적 가격이 안정됐으나 친환경콩나물의 경우 최저가격이 지난달 말 1000원에서 1450원으로 50% 가량 상승하는 등 일부 품목은 불안정세를 나타냈고 특히 갑작스런 강풍, 냉해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봄 배추는 도매공급가격으로 3개들이 1망당 1만~1만2000원으로 평균 가격 8000~1만원에 비해 최고 4000원 가량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업체들의 제일 많이 하는 주장은 유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 리터당 1200~1300원대 하던 경유가격이 리터당 2000원 대로 치솟자 운송비 부담이 너무 높다고 야단들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활필수품의 대부분은 운송비가 단가 책정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이유도 최근의 고유가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CJ, 오뚜기, 대상 등 조미료 업체들이 양념류와 참치캔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업체들은 고추장가격을 2~16.7%, 죽은 6.7~28%, 참치는 5.4~11.0% 올렸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컸지만 이들 업체 역시 기름값을 들먹이며 가격인상을 강행했다.

◇ 가격인상 반발 피하려 '용량 줄인 눈속임상품' 속속 등장

대형마트들은 최근 가격 인상을 감추기 위해 '1+1' 등 미끼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A마트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는 금주의 행사 상품이라며 오렌지, 포도 2개들이 D쥬스를 3480원에 팔았다. 한개씩 사면 3470원 짜리가 거의 반값에 파는 것. 과자와 음료코너에서는 싹슬이 상품으로 B사의 과자 6개를 2300원, C사 음료는 5개를 2500원에 모시고(?) 있었다.

하지만 용량은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적다. 단품을 구매할 때 느끼게 될 가격인상 충격을 위장하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다.

매장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부담감은 정품보다 덜하지 않겠냐"며 속내를 드러냈다.

베어커리 가격도 안보는 사이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케이크 가격의 경우 통계는 교묘하게 피해가지만 피부에 와닿는 느낌은 1~2년전의 두배 이상이다.

베이커리 매장에서는 전시 효과와 냉장을 위해 케이크를 유리장에 넣어 전시한다. 순서는 크기와 가격순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격이 바꼈다. 2~3년전만해도 최소형 케이크 가격은 8000~9000원선이지만 지금은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급상승했다.

일반 빵의 경우도 단팥빵, 슈크림빵 등이 700~8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1200~1300원으로 빵 사먹기도 힘들다.

◇'광우병' 잘 터졌다(?)... 돼지고기, 닭고기 값 날뛰어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자 벌써부터 미국산은 덜팔리고 호주산 등으로 매기가 몰리고 있다.

소비자가 반응하고 있지만 소고기값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있던 돼지고기, 닭고기 값이 들썩인다.

벌써부터 대형마트에선 닭고기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생필품가격 동향에 따르면 하림 생닭(소) 가격은 4월 4째주 3900원(최저가 기준)으로 지난 3월 5주째의 3500원에 비해 400원 가량이 올랐다.

1050g짜리 하림 토종백숙도 최고 가격이 1만1000원으로 지난달 1만990원에 비해 10원 가량 올랐다.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어 앞으로도 가격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돼지고기의 경우는 목살 100g에 1300원이던 것이 최고 1600원까지 올랐고, 삼겹살 600g은 84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Ist0121@newsis.com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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