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과장급으로 입사하던 변호사, 요즘은.."

성화선 2012. 5. 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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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000만원 공무원 1명 뽑는데 변호사 21명 몰렸다[채널 15 JTBC 스페셜] 변호사 6급 주사 시대

#1. 올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A씨. 아침부터 향하는 곳은 한 대형 영어학원이다. 어린 대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영어와 씨름하는 A씨의 목표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스펙 쌓기'.

 A씨의 신분은 현재 '구직자'다.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취업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았으나 사법시험 합격증만으로 입사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수상 경력에 인턴 경험까지 온갖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로스쿨 출신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떨치기 어려웠다. 연수원 동기들 사이에 떠돌던 '합격자 발표 당일, 딱 하루 행복하다'는 말을 새삼 절감한다.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이 상당수라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10명 중 6명은 취업을 못해 '역대 최저 취업률'이라는 오명을 달고 연수원을 마쳤다.

#2. 서울지방변호사회 직원 B씨는 요즘 '빨리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사채업자가 된 기분이다. 월 회비를 몇 년씩 내지 않는 장기 연체 변호사들 때문이다.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비 납부를 독촉하는 일이 B씨의 일상 업무 중 하나다. 서울변회는 5만원이던 월 회비를 지난해 4만원으로 내렸다. 그런데도 내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서다.

 B씨는 "서울변회가 대한변호사협회에 내야 할 분담금이 변호사 한 명당 월 4만5000원이라 협회가 1인당 5000원씩 보태서 분담금을 내고 있다"며" 연체 변호사들에게 독촉 전화를 하는 것도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새내기 변호사도, 선배 변호사도 아우성이다. 신참 변호사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로스쿨 낭인' '변호사 장롱 면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올해는 사법연수원 졸업생과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맞물렸다. 한 해 2500여 명에 이르는 사상 최다 법조인들이 배출됐다. 고참 변호사도 경쟁은 치열해지고 사무실 운영은 점점 힘에 부친다고 토로한다.

 최근 대한변협 건물은 무척 북적인다. 지난달 11일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 400여 명이 이 빌딩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취업 자리나 의무연수 기관을 찾지 못한 상당수 합격자들이 30만원을 내고 대한변협이 마련한 6개월 과정의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연수생 정모(30)씨는 "취업 원서를 쓰고 있지만 여러 군데 원서를 낸 동기들이 '서류 통과조차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로스쿨 출신은 법무부에 등록된 법률사무 종사기관에서 6개월의 연수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 로펌에 정식으로 취업하거나 단독으로 개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무급 연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방대 로스쿨 졸업생 김모(27)씨는 "지방에는 연수기관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일단 수습기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급으로라도 연수를 받겠다는 동기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신입 행원들과 같은 대우"

못해도 5급 사무관은 보장되던 변호사가 6급 주사직을 두고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최근 경기도가 공무원 1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무려 21명의 새내기 변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사법연수원 졸업생 2명과 로스쿨 졸업생 19명이다. 합격자의 계약기간은 2년(최대 5년 연장 가능)이고, 연봉은 4000만원 안팎이다.

 5급 사무관으로 채용하던 관례는 깨지고 6급 채용이 '대세'가 됐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으로 변호사를 6급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반발이 거셌다. '5급인 행정고시 합격자보다 낮은 직급으로 임용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쏟아졌고 권익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결국 합격자 3명 중 2명은 스스로 합격을 포기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쩔 수 없는 개인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권익위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조달청·감사원·인천시 등이 잇따라 '6급 변호사' 채용에 나섰다.

 은행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신입 변호사들을 과장급으로 뽑지 않고 일반행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류순식 한국수출입은행 인사팀장은 "과거에는 변호사를 채용하면 통상 책임자급 대우를 해줬지만 이번 채용과정에서는 우대를 하되 채용 이후에는 다른 신입행원들과 똑같이 대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내기 변호사들의 내부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취업 준비생 이모(29·여)씨는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억울한 점이 왜 없겠느냐"며 "하지만 취업 자체가 바늘구멍이다 보니 국가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우선 경력을 쌓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변회 회비 3년 이상 체납 12명

기존 개업 변호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변회는 최근 12개월 이상 월 회비를 체납한 회원 89명을 상대로 '체납한 월 회비를 납부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장기 체납 변호사들에게 법적 카드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체납액은 모두 9709만8499원. 3년 이상 체납한 변호사가 12명에 이르고, 이 중 5년 이상 체납한 변호사도 3명이다. 5년8개월 동안 회비 361만9000원을 내지 못한 변호사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다. 장기간 해외 체류나 로펌을 옮기는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회비가 부담스러운 회원이 상당수로 나타났다. 공태용 서울변회 사무총장은 "체납자 대부분은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 보니 사무실 임대료나 직원 급여도 충당하기 힘든 사정이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울변회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뒤 체납 회비를 낸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지급명령신청을 취소할 예정이다.

 범죄에 가담한 변호사도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각종 범죄에 연루돼 수사기관에서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한 변호사가 2009년 20명에서 지난해 4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업 사냥꾼과 결탁해 투자자들의 돈을 빼돌린 검사 출신 이모(45) 변호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피해자 최모(50·여)씨는 "아무리 돈에 눈이 멀어도 법을 공부한 사람이 양심을 팔고 법을 어기면서 서민들을 속이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변회는 지난달 법조비리신고센터를 마련했다. 변호사 업계의 자정 기능을 활성화해 더 이상의 위상 추락을 막겠다는 고육책이다.

성화선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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