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투서·엘지 혼인 갈등..삼성 막장드라마 40년
[한겨레] 삼성가 40여년 '왕좌의 게임' 이전투구
66년 사카린 밀수사건
경영일선 물러난 이병철 회장회장직 맡은 이맹희 능력 불신
69년 '청와대 투서 사건'
배후 의심 이맹희 경영서 배제이 회장 "아버지 고발한 양반"
씨제이 그룹 분가
'이학수 파견해 분가 방해' 주장이맹희씨 "자기 욕심만 챙겨"
이숙희씨 엘지가와 혼인
삼성 전자업 진출하면서 갈등이 회장 "우리집에 와 떼를 써"
재벌가 형제들의 유산소송과 물밑 다툼, 막말 공방…. 텔레비전에서나 볼 법한 '막장드라마'가 삼성가 형제간에 벌어지는 것을 '재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생전부터 이어져 온 갈등이 재현된다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무엇보다 삼성가 적통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24일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이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을 "우리 집에서 퇴출된 양반"이라고 표현한 것은 1966년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사카린을 건설자재로 속여 들여온 '사카린 밀수 사건'과 관련이 깊다. 당시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이병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맹희 전 회장이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은 그의 경영 능력을 혹평했다.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겨보았다. 그러나 6개월도 채 못 돼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이병철 회장의 회고록 <호암자전>)
1969년엔 '청와대 투서 사건'이 터졌다.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에 이병철 회장이 관여했다'고 청와대에 투서했다. 이병철 회장은 배후에 이맹희 전 회장이 있다고 봤다. 이를 두고 24일 이건희 회장이 "그 양반은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을 했던 양반"이라며 이맹희 전 회장의 '적통'을 부인한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수상록 <묻어둔 이야기>(1993년)에서 "아버지와의 사이에 상당한 틈새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 대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었다"고 썼다. 이맹희 전 회장은 과거 "선대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대권을 넘기면서 차기엔 재현이에게 물려주라고 유언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이와 관련해 <호암자전>에는 "3남 건희에겐 처음에는 매스컴(중앙일보·동양방송)을 맡길 생각을 했지만 자신도 통합 경영에 뜻을 두고 성의껏 노력하고 있으므로 삼성의 경영을 3남에게 승계시키기로 했다"고 쓰여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1995년 제일제당을 모태로 삼성그룹에서 분리할 때도 갈등이 있었다. 씨제이 쪽은 이학수 당시 삼성화재 부사장이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파견돼 분가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이맹희 전 회장은 "'제일' 자가 들어가는 삼성 계열사를 (아들) 재현이에게 넘겨주기로 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묻어둔 이야기>)고 주장해왔다. 이맹희 전 회장이 지난 23일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숙희(77)씨와 이건희 회장의 앙금은 엘지(LG)가와의 혼인에서 비롯됐다. 이숙희씨는 1956년 고 구인회 금성 회장(창업자)의 아들인 구자학(현 아워홈 회장)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삼성에서 일하며 장인인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돈 간에 갈등이 깊어져, 구 회장은 금성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숙희씨는 "남편이 (이병철 회장에게) 신임을 받으니 시기하고 중상모략하고 난리가 났었다. 그 과정에서 상속을 못 받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이숙희씨가) 금성으로 시집을 가더니 (삼성에서) 전자 동업을 한다고 시집에서 구박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집에 와서 떼를 썼다"며 "(아버지가) '네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경계가 된다면 삼성의 주식은 한 장도 줄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맹희 전 회장과 이숙희씨는 형제 중에서도 유독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과 구자학 회장은 어린 시절 친구로 1957년 미국 유학도 함께 떠났고 두 쌍의 부부가 미국에서 3~4년 함께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숙희씨는 한 인터뷰에서 "오빠(이맹희)에게 삼성이 나쁘게 굴어, 힘이 되기 위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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