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한 달] "글쎄요. 미국산이 싸지긴 했나요?"①

이혜원 2012. 4. 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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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철폐 효과 유통단계서 슬금슬금 사라져공정위, 유통마진 주목... "모니터링 강화하겠다"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4월15일로 꼭 한 달이 된다. 2005년 2월 '제1차 사전실무점검회의'로 시작된 한-미 FTA 협상은 지난 3월15일 발효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쉽지 않은 여정을 밟았다.'한-미 FTA' 한 달,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지난 한달 간의 삶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렌지 같은 과일은 평소에도 종종 할인을 했던 것들이에요. FTA 때문에 싸졌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11일 서울 서대문구 A마트에서 2010년부터 농산물과 과일류를 판매해 온 판매사원 김모(44·여)씨는 한-미 FTA로 인한 오렌지 가격 인하 효과를 묻자 머리를 긁적였다.

김 씨는 "원래 오렌지는 하나에 1300원 정도 했는데 요즘은 1080원, 1100원 씩 한다"며 "하지만 이것을 인하 효과로 봐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남편과 둘이 산다는 70대 할머니는 "우리는 맨날 사던 것만 사서 그런지 뭐가 싸졌는 지도 모르겠고 (한-미 FTA가) 나랑은 상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견과류 코너에서 만난 양모(31)씨는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신문에서 호두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것을 봤다"며 "아이가 4살인데 아이들 두뇌에 좋다고 해서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판매사원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산 호두 1Kg은 2만4500원으로 한-미 FTA 발효 전 2만6700원보다 2200원 가량 싼 값에 팔렸다.

아직까지 한-미 FTA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효과는 그다지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일부 품목의 경우는 단계별 관세 인하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에는 '2%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다.

원제품을 가공해서 파는 가공식품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호두파이(65g, 1조각)의 경우 주요 재료가 미국산 호두임에도 불구하고 발효 전과 똑같은 2500원에 살 수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테이크아웃 커피숍 3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과일 오렌지 주스 역시 3500~4500원으로 가격 변동이 없었다.

커피숍 주인 한모(39)씨는 "오렌지 가격이 인하됐지만 생과일 오렌지 주스의 가격을 낮춰야겠다고 생각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오렌지 가격이 내렸다 해도 인건비 등 타 분야의 값이 올라 주스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가 철폐되도 유통업체나 가공식품을 만드는 곳 등에서 소비자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피부로 와닿는 생활물가의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FTA팀 관계자는 "(소비자가격은) 가공제품에 따라 관세가 철폐된 제품이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관세철폐가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관세철폐로 가격이 떨어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직접 구매하는 것 보다 유통단계를 더 거치는 제품은 FTA로 인한 가격효과가 전달되기 더 어렵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이점을 너무 잘 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일 "FTA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미진하다"고 꼭 짚어 말했다. 국민들의 불평이나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김 위원장은 "관세인하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품목들이 있다"며 "무엇이 가격을 바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지 유통단계마다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오렌지·체리·오렌지주스·포도주스·와인·맥주·아몬드·호두·옥수수 등 미국산 13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매주 모니터링하고 관세인하 분만큼 충분히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분석해 국민의 실생활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한-미 FTA 발효로 1938개의 전체 농수산물 품목(HSK 세번 기준) 중 ▲유기농 포도주스(45%) ▲체리(24%) ▲모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15%) ▲캘리포니아 아몬드(8%) ▲건포도(21%) 등 농산물 636개의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또한 ▲캘리포니아 오렌지(50%, 계절관세) ▲호두(30%, 6년) ▲해바라기씨(25%, 2년) ▲자몽(30%, 5년) ▲키위(45%, 15년) ▲체다치즈(36%, 10년) ▲삼겹살(22.5%, 10년) ▲옥수수(328%, 7년) 등은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jae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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