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이달 4명 교체..또 청와대 밀실서 임명하나

2012. 4.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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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반 넘게 바뀌어…관료·학계 등 모두 탐내

정권 입맛에 맞는 전문성 부족 인사들 앉혀와

"인사청문회 등 사전 검증 거쳐야" 목소리 커

기준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0일 사상 유례없는 큰 폭의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위원 7명 가운데 반수가 넘는 4명(공석 1명 포함)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통위원 선임이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한 여론 검증 없이 권력 핵심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정권 차원의 제 식구 챙기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권위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는 꽃보직

금통위원은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꽃보직'이다. 금통위원은 기준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데다 국내외 경제의 흐름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임기 4년이 법으로 보장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다. 게다가 책임은 없고 연봉도 3억원이 넘는다. 차관급 관료의 두 배 수준이다.

따라서 금통위원은 정치권에서는 개국 공신들에게 나눠줄 '전리품'으로, 경제관료들에게는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전에 몸을 만드는 '기항지'로, 학계에서는 실무 경험과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가문의 영광'에 해당하는 자리로 통한다. 특히 정권 말기라서 경쟁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금통위원 하고 싶은 사람을 줄세우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은 정문에서부터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늘어선다는 말이 돌았다. 지금은 그 줄이 청와대 정문까지 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금통위원으로 임명되는 기준은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 자격으로 강조해온 글로벌 마인드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보다는 청와대 의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한상의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의 추천 몫인 금통위원이 왜 1년 넘게 공석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금통위원 선정은 사실상 청와대의 몫이라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 경험과 소신보다는 논공행상으로 결정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부) 분석을 보면, 1998년 이후 현재까지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사람 가운데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은 모두 23명이다. 경력으로 보면 관료 출신이 8명, 교수 등 학자 출신이 7명, 한은 출신이 4명이었다. 한은을 제외한 금융권 경력을 가진 사람은 2명뿐이었다.

이는 금통위원 임명이 얼마나 금융정책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획재정부 등 추천 기관의 '제 밥그릇 챙기기'나 정권의 정치적 배려로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한은의 한 전직 간부는 "한은의 기본 역할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금통위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공행상으로 금통위원이 임명되면서 그로 인한 악영향은 금융시장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게 된다. 금통위원 출신인 이성남 전 민주당 의원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기준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짧으면 6개월, 길면 10년 후"라며 "금융강국이라는 미국조차 통화정책을 잘못 운용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좀더 투명한 절차를 거쳐 금통위원을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은 노조는 성명을 내어 "새로 임명될 금통위원들은 밀실 인선이 아니라 인사청문회 등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금통위원 임명 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관련 법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 새 금통위원 후보 누가 거론되나

'글로벌 감각' 인사 3명 물망MB측근 최중경 전장관 입길TK 출신 인사 2명 내정설도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3명의 임기 만료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신임 위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하마평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검증 절차 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나 전직 경제 관료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이미 금통위원에 대한 인사 검증에 들어갔다.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금통위원 자리는 모두 세 자리다. 여기에 2010년 4월20일부터 공석인 한 자리를 포함하면 모두 4명의 금통위원이 새로 선임돼야 한다. 지난 6일 퇴임한 이주열 전 부총재 자리를 박원식 신임 부총재가 채운 것을 포함하면 이번에 5명이 바뀌는 셈이다. 한은 역사상 금통위원이 3분의 2 이상 바뀐 것은 처음이며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 일부러 임기 만료 시점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정작 후임 금통위원 임명을 두고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현재 자천 타천으로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돼온 인물은 몇 명 있다. 글로벌 금융 감각이 뛰어나다는 ㅇ씨, ㄱ씨, ㅅ씨가 유력할 것이라는 말 정도다. 언론에 보도된 최중경 전 장관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최 전 장관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데다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고환율 정책을 추구했던 인물이어서 물가안정 책무를 맡는 한은과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안팎에서는 김 총재가 금통위원으로는 소신을 내세우는 성향이 있는 교수보다는 관료 출신을 선호한다는 말도 나온다. 교수 출신인 위원들이 김 총재 뜻과 반대되는 소수의견을 계속 제기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금통위원은 사실상 청와대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김 총재의 입김이 먹히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춰온 대구경북(TK) 출신 인사 2명이 이미 내정돼 있으며 나머지 2명을 지역 안배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금통위원 후보들에 대해 현재 검증중"이라며 "임명 시기는 총선 때문에 금통위원 임기가 만료되는 20일 이후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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