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면담합, 삼양식품 자진신고 과징금 '0원'

2012. 3. 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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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 우지 파문 추락 보복설도

[이코노미세계]

공정거래위원회가 10여 년간 가격을 인상하기로 담합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현 팔도) 라면 4사에 대해 135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22일 밝혔다. 이중 삼양식품은 공정위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하고 담합적발에 결정적으로 협조해 116억 원이 넘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4개사가 라면 가격 인상 등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한 사실을 적발해 이를 담합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드러난 라면가격 결정구조는 이러했다. 우선 시장점유율 70%로 업계 1위인 농심이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정부부처에 가격을 협의해 승인받는다. 이후 농심이 업계 2위격인 삼양식품에 이 내용을 통보하면 삼양식품은 다시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팔도)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농심에게 다시 재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즉 삼양식품은 공정위가 담합기간이라고 본 2001년부터 2010년 초반까지 무려 10년 여간 4개사간 핵심 정보 창구역할을 해온 셈이다. 결정적인 정보를 쥐고 있는 삼양식품이 공정위에 자진신고로 제재를 면하게 된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 각각 과징금액은 농심(1077억 6500만 원), 삼양식품(116억1400만 원), 오뚜기(97억5900만 원), 한국야쿠르트(62억7600만 원)이지만 이는 공정위에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감면받는 리니언시 제도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2008년 6월 라면담합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이후 삼양식품으로부터 담합과 관련한 모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담합 증거로 이메일 340건을 포함해, 가격인상계획, 인상내역과 일자에서부터 인상 제품의 생산과 출고일자, 일정 기간 가격인상 제품 거래처 종전가격으로 제공하는 구가지원 등 내부정보 수준에 해당하는 정보를 입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명백한 담합이라는 게 공정위 결론이다.

삼양식품의 자진신고 여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열린 전원회의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전원회의 현장에서 다른 3개사들이 철저히 담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삼양식품측 변호인은 "추가로 진술할 게 없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고만 진술했다.

반면 농심측 변호인은 "공정위 심사관들이 삼양식품 측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신빙성이 결여된 것이다"라며 "농심은 7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독자적인 가격을 결정할 수 있으며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농심 기획담당 부사장도 "24년 동안 관련 업무를 맡아오면서 동종업체들과 가격 정보를 교환하지 않았다. 부회장과 상의 후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확정시 거래처 등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다"라며 "농심은 유일하게 2008년 당시 전 농심회장 시절 정부와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다. 만일 농심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면 정부와 상의할 일이 있겠는가. 동종업계 가격에 대한 시장조사는 모든 업종이 다 하는 것으로 유독 농심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담합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오뚜기와 야쿠르트 입장도 담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오뚜기 측 변호인은 "공정위가 담합의 증거라고 제시하는 삼양의 일방적인 진술은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농심이 정부와 협의한 가격을 업계는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농심이 담합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야쿠르트 변호인도 "공정위가 담합을 했다고 규정하는 기간 동안 야쿠르트는 가격인상과 관련해 합의한 적이 없다. 비빔면과 왕뚜껑이 매출의 80%를 차지했고 제품군도 매우 적었다"라고 밝혔다.

농심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농심은 원가인상 요인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며, 타사에게 가격 인상을 유도하거나 견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농심은 이러한 사실을 공정위에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로부터 최종 의결서를 받으면 법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의 자진신고가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인한 추락에 업계에 대한 보복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63년 국내에서 라면을 최초로 생산한 삼양식품은 오랫동안 국내 라면 본가로 군림하다가 1980년대 농심의 연 다른 신제품 출시에 밀려 1위자리를 농심에 내줬다. 이어 1989년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원료로 이용했다는 '우지파동' 사건에 휘말린 이후 1995년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시장점유율이 10%대 안팎으로 추락해 라면 본가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결론 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삼양식품의 공정위 조사협조로 결국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돼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e-segye.com[ⓒ 이코노미세계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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