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8%대 그들 취업은 왜 더디기만 할까.. "경기부진보다 中企 기피 취업지연 현상 주요 원인"
청년(15세∼29세) 실업률이 8%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이 쉽게 취업하지 못하는 이른바 '취업지연 현상'의 원인이 경기부진보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또 대부분의 청년층을 비롯해 고교·대학의 취업담당자, 대·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도 기업 내 학력차별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기피 심각=19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 '청년층 취업현황 및 정책인식의 실태분석'에 따르면 청년층의 학력별 취업애로 요인은 '경기부진'보다 '중소기업 기피'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1700명의 고교·전문대졸 이상자, 고교·대학 취업담당자 50명, 252개 기업 인사담당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고교·전문대·대학·대학원졸업자의 취업애로 요인은 '경기부진'이 각각 14.0%, 12.5%, 16.4%, 16.6%인 데 비해 '중소기업 기피'는 12.4%, 18.5%, 19.5%, 26.0%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고학력으로 갈수록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고졸자의 경우는 '경기부진'보다 '중소기업 기피'가 다소 낮게 나타났으나 '원하는 일자리 없다'가 17.2%나 됐다. '원하는 일자리 없다'는 '중소기업 기피'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에서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기업 내 학력차별도=고교 취업담당자는 취업지연 원인으로 '학력차별' 31.8%, '기능인력 낮은 대우' 27.3%, '중소기업 기피' 22.7% 순으로 꼽았다. 대학 취업담당자는 '유보임금(취업자의 기대임금) 수준 높다'를 28.6%로 '중소기업 기피' 14.3%보다 중시했다. 대졸자의 임금 눈높이가 높아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또 대학 취업담당자는 '고학력 인플레'(25%)도 우려한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원인 지적은 '중소기업 기피' 23.8%, '유보임금 높다' 21.8%, '시험능력 위주 채용' 13.5%, '학력차별' 12.3% 순이었다. 기업 담당자들이 학력차별 요인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는 것과 관련, 권태희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학력차별을 낮게 평가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지연 해법은=보고서는 청년층 취업지연 원인이 경기둔화보다 우리 사회의 중소기업 기피 경향, 학력주의 만연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청년층 취업지연 현상은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위원은 "우리나라 고졸자는 노동시장 진입의지가 강하나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면 평생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대졸자 등 고학력으로 갈수록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매는 경향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졸자의 경우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기보다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등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 학력인플레, 즉 사회적인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위원은 "건강한 직업관·학력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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