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빵집·일감 몰아주기.. 재벌 문제 해결할 스마트 처방 뭘까

박유연 기자 2012. 2. 2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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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때리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빵집이나 카페를 차린 재벌 2·3세에게 상점 철수를 종용하는가 하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며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지나친 규제는 건전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을 효율적으로 규제하려면 재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목적에 맞는 규제를 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재벌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첫째 문어발식 확장으로 대표되는 '경제력 집중'이다. 재벌이 산업 곳곳으로 계열사를 진출시켜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사업 영역이 위축되고, 대기업에 부(富)가 편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자리를 감소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적은 인력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 영역이 커질수록 고용 상태는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는 계열사 간 빚보증을 금지하고,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다. 계열사가 진 빚에 다른 계열사가 보증을 서지 못하게 해 사업 확장을 억제하고, 금융 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그래서 나오는 게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이다. 하지만 이는 실효성이 작은 반면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의 계열사 신설은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빵집 하나 만드는 데 수백억~수천억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성장 산업 진출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장애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출총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은 막지 못하면서 긍정적인 의미의 사업 다각화만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대기업 영역 확장을 막기 위해 '계열사 개수 제한'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계열사 수를 늘리는 데 제한을 두면 대기업은 반드시 진출할 필요가 있는 부분만 골라서 사업을 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사익(私益) 추구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둘째로 편법 상속과 사익 추구 문제다. 정당하게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기업을 물려받거나 총수 일가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는 데 기업을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총수 일가가 개인 회사를 만들면 그룹 계열사들이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을 높은 가격에 집중적으로 사주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급성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다른 계열사의 희생으로 총수 일가는 부를 늘릴 수 있고, 총수 자녀는 그룹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회사 지분을 사들여 편하게 기업을 물려받을 수 있다.

재벌의 편법 상속 및 사익 추구 문제는 첫째 문제인 경제력 집중과 맞닿아 있다. 출총제 등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면 재벌의 사익 추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정부는 재벌의 편법 상속과 사익 추구에 대해 계열사 부당 지원 금지, 내부 거래 공시 등의 규제로 대응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에 많은 물량을 높은 가격에 몰아주다 공정위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신설했다. 다른 계열사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을 이익으로 보고 대주주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더 강화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 전체를 세금으로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보면서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제와 관련해 이른바 '재벌세' 도입 논의도 있다. 이는 계열사 지분을 가진 모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배당받은 이익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재벌세가 도입되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벌들이 스스로 그룹을 해체할 것이란 게 정치권 예상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분사한 기업에 엉뚱한 피해를 줄 수 있고, 되레 계열에 포함되지 않는 총수 개인 회사 신설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소수 지분을 통한 경영권 장악과 순환출자 금지

재벌과 관련된 마지막 문제는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상호출자 제한' 규제가 도입돼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동시에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갖는 게 불가능하다. 반대로 상호출자가 허용되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서로의 50%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삼성의 총수 일가는 극소수 지분, 심지어 지분이 전혀 없어도 모든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데, 이를 막는 게 바로 상호출자 제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입이 논의되는 규제가 순환출자 금지다. 현재 삼성을 비롯한 많은 재벌이 이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상호출자 제한 규제를 피하면서, 계열사끼리 연쇄적으로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총수 일가 경영권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 규제가 도입되면 재벌 계열사들은 보유 중인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한꺼번에 팔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 경영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급작스러운 도입은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는 순환출자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 밑으로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두도록 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무리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출자총액제한제도

대기업이 순자산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계열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두는 제도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1987년 처음 도입됐고 2009년 3월에 폐지됐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을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의 40%로 제한할 경우 5조원의 순자산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5조원의 40%인 2조원 이상은 다른 회사 지분을 가질 수 없다.

☞ 상호출자 제한과 순환출자금지

상호출자 제한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동시에 서로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서로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순환출자 금지는 A→B→C→D→A 식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로, 일부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많은 재벌그룹이 이런 형태로 계열사끼리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룹 총수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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