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김군, PC방서 9분만에 2900만원 벌었다?

배소진 기자 2012. 2. 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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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로 주가급락 뒤 반등까지 예상.. 풋·콜ELW 종목 둘 다 준비한 '치밀함'

[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루머로 주가급락 뒤 반등까지 예상… 풋·콜ELW 종목 둘 다 준비한 '치밀함']

지난 1월 6일 오후 1시 48분쯤 부산 해운대의 한 PC방. 부산소재 모 대학 경제학과 재학생인 김모군(19)과 우모씨(27·무직), 김모씨(24·무직)가 모여 앉았다. 같은 시각 송모씨(35)도 서울의 회사 사무실 컴퓨터 앞에 대기했다.

오후 1시 56분. '준비가 됐다'는 신호와 함께 김군 등 3명은 증권가 메신저 '미쓰리'에 등록된 증권사 관계자와 애널리스트 등 203명에게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 고농도 방사능 유출. 북서계절풍 타고 고농도 방사능 빠르게 서울로 유입 중"이라는 쪽지를 동시 발송했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일본어로 바꾸고, 지난 해 3월 일본 원전폭발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까지 첨부했다. 해당 메신저는 실명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전에 '가짜 아이디'를 만들어 뒀다. 소문의 출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힐 것을 염두에 둔 것. 허위내용을 발송할 관계자도 미리 조사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들이 보낸 '놀라운 내용'의 쪽지를 받은 증권사 직원들은 즉시 자신들의 메신저에 등록된 지인들에게 전달했다. 루머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3단계만 거쳐도 최대 4만2000여명에게 전달되는 속도였다.

◇9분만에 2900만원 차익

작업이 마무리된 것은 오후 2시 5분. 이날 전국을 뒤흔든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가 유포되는 데는 9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와 코스피200 지수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증시에 '일격'을 가했다.

루머가 본격 유포되던 오후 1시56분 1833.36p 이던 코스피 지수는 2시12분에1824.29p까지 떨어졌다. 지수 하락세는 16분만에 9.07p에 그쳤지만, 1830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코스피지수가 순간적인 '사다리'를 타면서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

이 틈을 타 1억3000여만원의 '총알'을 준비한 '물주' 송씨는 미리 사뒀던 코스피200풋ELW(주식워런트증권)종목을 팔아 1500여만원의 차익을 올렸다. 코스피200풋ELW는 지수가 하락할 경우 차익을 얻는 구조다. 김군 일행과 송씨는 작전 내내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며 사고팔 시점을 의논했다.

시간이 지나며 금융당국은 해당내용이 루머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주가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 역시 작전 세력의 예상대로였다. 주가지수가 오르자 송씨 등은 반대로 급락시 매수했던 코스피200콜ELW를 팔았다.

2차례 걸친 매매로 송씨가 올린 수익은 2900여만원. 송씨는 이 중 1400여만원을 김군 등 3명의 몫으로 떼 줬다.

하지만 이들의 작전은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증시는 프랑스의 신용등급 하락설로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여 '경수로 루머'가 퍼졌지만 증시 변동성은 그들의 기대 외로 크지 않은 셈이다.

증권가의 한 연구원은 "상승장에서 이같은 루머가 증시에 퍼졌을 경우에는 수십 포인트의 변동성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수십억원까지 올렸을 지도 모르는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나선 작전에서는 '재미 별로'

짭짤한 재미를 본 김군 일행은 한 달 뒤인 지난 달 초 또다른 주가조작을 계획했다. 송씨에게 의향을 물었지만 그는 경찰수사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겁을 먹고 참여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새로 물색한 투자자는 선물계좌대여를 업으로 하는 표모씨(48). 송씨는 '간'이 작아 1억3000만원밖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표씨는 약 7억4500여만원의 자금을 댔다.

이번에는 수법을 바꿔 한 종목의 주식을 집중공략키로 했다. 한 회사의 주식을 미리 대량 매입했다 주가를 올린 뒤 모두 처분한다는 계획.

'영변 경수로 폭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실제 유언비어 내용을 작성한 김군이 또다시 '작전 설계자'로 나섰다.

김군은 지난 6일 한 제약회사가 세계최초로 백신을 개발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한 다음 해당 회사 홍보팀 직원을 사칭해 언론홍보대행사에 유포했다. 홍보대행사측에서 증거자료를 요구하자 회사의 회의록, 임상실험 결과보고서까지 가짜로 작성해서 보냈다.

표씨는 이에 앞선 3일 미리 주당 6800원하는 해당 주식을 10만9000여주를 구입해둔 상태였다. 김군이 만든 기사내용이 실제 언론에 보도되자 6일 해당 제약회사의 주식은 7500원까지 올랐다. 표씨는 다음날인 7일 주식을 모두 팔아 3200만원의 이익을 봤다.

하지만 김군 등에게 1500만원을 떼 주고 나서 표씨가 얻은 금액은 1700만원선. 들인 돈에 비해 '형편없는' 수익이었다.

결국 이들은 2월 범행을 저지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 경수로폭발 루머를 조사하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디도스 모의했던 룸살롱에서 그들도 '모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행위금지위반 혐의로 송씨와 김군 등 3명을 구속하고, 표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군과 공모자 우씨, 투자자 송씨는 지난 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의 룸살롱에서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지난 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공격 당시 박희태 전 국회의장실 수행비서 김모씨(31)와 최구식 전 한나라당의원 비서였던 공모씨(28) 등이 모여 범행을 모의하기도 한 곳이다.

또 투자자금의 출처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모 대기업 소속으로, 자회사 재무팀장으로 파견된 송씨가 1년여 동안 공금 20억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송씨는 작전에 사용한 1억3000여만원 외에도 약 12억원 가량을 주식투자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경수로폭발' 루머와 백신개발성공에 관한 허위 보도자료 등을 작성한 김군은 고등학생 신분이던 지난 2010년 작전세력의 주가조직에 가담해 지난 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아주 똑똑한 학생"이라며 "유언비어와 보도자료 내용뿐 아니라 증거로 내놓은 백신 임상실험 보고서 등도 모두 김군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글발'이 아주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경찰은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투자해 수익을 얻은 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금융감독원과 공조 하에 수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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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소진기자 soji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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