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빈둥빈둥' 니트족 100만명..캥거루부모가 청년실업자 만들어

입력 2012. 2. 19. 18:30 수정 2012. 2.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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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일하지 않는 청년, 미래도 없다 - (1) 부모·정부가 정신 차려야"좋은데 못갈바엔 차라리…" 부모돈으로 놀고 먹고 쓰고"취직 안되면 시집가면 그만" 고학력 청년 니트족 급증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모씨(26). 지난해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그는 바리스타 일을 배워 커피 전문점을 내는 게 꿈이다. 부모는 반대다.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취직 준비나 하라"고 다그친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가라고 성화다. 이씨는 "요즘 같을 때 취직하기도 어렵고, 부모님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있다"며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소재 명문대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한 김모씨(29·여). 벌써 5년째 졸업논문을 쓰지 않은 채 대학원에 적(籍)만 걸어두고 있다. 미국에서 학부 과정을 마쳐 외국어도 수준급이지만 취업에는 별 관심이 없다. 넉넉한 집안 사정 덕에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그의 부모도 '취직이 안되면 좋은 사람 만나 시집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빈둥빈둥' 청년층 100만명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업 상태이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이 2003년 75만1000명에서 2010년 99만6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캥거루족'으로도 불리는 청년 니트족 중 34.9%는 '그냥 쉬었다'는 사람들이다. 학원 등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취업준비(31.1%)나 진학준비(18.0%)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력별로는 고졸이 청년 니트족의 56%, 대졸 이상이 25.2%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청년 니트족 중 고졸이 63.6%, 대졸 이상이 16.3%였다. 남재량 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고학력 니트족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모에 과도하게 의존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취업난을 꼽을 수 있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청년 실업자(15~29세 기준)는 2003년 40만1000명에서 지난해 32만명으로 줄었다. 청년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채용 성향까지 감안하면 청년 실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니트족이 늘어난 것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에 무관심한 청년층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 중 상당수가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이유로 실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될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손훈정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 과장은 "자녀가 고등학교만 들어가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시키려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한다"며 "이것이 청년 니트족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니트족 유럽보다 더 많아

청년층 가운데 졸업 5년 후에도 니트 상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한국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과잉복지로 청년층이 취업을 늦추는 경향이 높은 이탈리아(35.6%), 그리스(33.6%), 스페인(31.0%)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 높다. 가정에서 지원받는 복지가 유럽국가의 복지제도보다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업보호 제도가 잘 갖춰져 직업 탐색기간이 긴 유럽국가와 달리 한국은 실업보호제도가 매우 약한데도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취업준비 기간을 늘리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니트(NEET)족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 일 구직활동 교육 훈련 가운데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청년층을 말한다. 1999년 영국에서 16~18세를 대상으로 처음 사용됐다. 일본은 15~34세로 대상을 확대, 청년무업자(無業者)로 정의하고 관련 통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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