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긴 1위라는데..삼성의 국내 일자리에 관한 불편한 진실

입력 2012. 2. 16. 16:20 수정 2012. 2.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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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7년 베트남 진출 당시 구미공장 인력 증원 약속 안 지켜져구미공장 2000년대 중반 월간 600만대에서 100만대로삼성 휴대폰 10대 중 9대 우리나라 밖에서 만들어져

 삼성전자는 지난해 974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았다. 애플을 따돌린 세계 1등이었다. 스마트폰 덕택에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 165조원, 영업이익 16조2500억원 달성이란 금자탑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주연'은 지금의 삼성 휴대폰을 있게 한 구미공장이 아니었다.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 있는 공장들이었다. 삼성 휴대폰 10대중 9대는 우리나라 밖에서 생산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 휴대폰이 지구촌 곳곳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 구미공장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삼성 구미공장 관계자는 "휴대폰 생산 인력은 9500~1만명 사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 2007년 베트남 진출로 국내 생산기반 축소를 우려하는 여론을 달래려 당시 1만명 수준이던 구미 공장 인력을 더 늘리겠다는 약속을 내놨지만, 5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휴대폰 산업의 '외화내빈' 현상은 비단 삼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엘지와 팬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이 글로벌기업으로 고속성장한 이면에는 국내 일자리와 수출의 정체란 불편한 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1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휴대폰 업체의 해외 생산비중이 7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엘지, 팬택 등의 로고가 찍힌 휴대폰 10대 중 8대가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생산비중은 2007년의 35.9%에서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은 구미공장에서 월 5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할 수 있지만, 중국의 텐진·신천·해주 등 3곳과 베트남, 브라질, 인도의 삼성 공장은 모두 월 3500만대 안팎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는 휴대폰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월간 600만대가량이었으나, 지금은 되려 월간 10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이제 삼성 휴대폰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 또는 '메이드 인 베트남'인 셈이다.

 엘지전자도 평택 공장(월 500만대)보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지에서 더 많은 약 800만대의 휴대폰을 찍어내고 있다. 팬택(외주 제외)은 김포에서 85만대, 중국에서 30만대의 월간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렇게 생산 기지를 해외에 갖추면서 국내 일자리는 제자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통계청의 '이동전화기 제조업'(10인 이상)의 상용근로자(1년 이상 계약직 포함)수를 보면 2005년 4만436명이었던 근로자가 2009년 4만2777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09년엔 각각 전년도보다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했다.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시기였지만 국내 고용 실적은 초라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의 확대가 업체들로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국내 시설에 대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엔 휴대폰의 수출마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휴대폰 수출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달에 견줘 39.3% 급감한 1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 공장을 운영중인 노키아의 생산 감소의 영향도 일부 있었지만,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 비중의 확대가 결정적이다. 삼성은 베트남 등 해외생산 비중을 더욱 키울 예정이어서, 수출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는 베트남 옌퐁 공장에서 앞으로 중저가폰 뿐만 아니라 고가폰도 생산하면서 해외 생산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휴대폰이 '제2의 컴퓨터'가 될 것이란 예측마저도 나온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컴퓨터 수출은 2000년 14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었으지만, 해외 생산비중이 증가하면서 2011년 수출액이 92억달러(수출 비중 1.6%)로 급감했다"며 "휴대폰도 컴퓨터의 행로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의 해외생산이 늘면서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업'의 일자리는 2005년 1만8240개에서 4년 뒤엔 26%가 감소한 1만3336개로 쪼그라들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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