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00일' 부른 광우병 보도

2009. 6. 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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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29일 방영후 전국서 2천400차례 시위(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지난해 5월부터 100여일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직접적인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4월18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자 PD수첩은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내보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공포를 담은 이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자 시민들의 반발이 점차 구체화됐고, 한 인터넷 카페는 사흘 뒤인 5월2일 청계광장에서 1만명이 모인 가운데 `제1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열게된다.

이전에도 청계광장이나 광화문 등지에서 다양한 명목의 정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 재협상과 고시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었다.

이후 집회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자유발언과 즉석 토론, 문화행사 등의 비폭력 기조로 계속됐다. 하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정부가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3주 뒤인 24일부터 도로로 뛰쳐나갔다.

그때부터 시민들은 거의 매일 밤 촛불을 든 채 도로를 점거해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도했다. 특히 5월29일 정부가 수입고시를 강행하자 촛불은 본격적으로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정권퇴진 구호마저 튀어 나왔다.

현충일 연휴인 6월 6∼8일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과 6월항쟁 21주년인 6월10일 `100만 촛불집회' 때는 경찰 추산 8만여명(주최측 추산 70만명)이 세종로와 태평로를 가득 메웠고 촛불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도 바로 그 때였다.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 시위에 당황한 정부는 재협상에 버금가는 추가협상을 약속했고 수입조건도 30개월 미만으로 낮추는 등 정책 변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민심은 시위대가 점차 과격 양상을 띠면서 서서히 꺾이게 된다.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대처 방침을 밝힌 경찰과 폭력적 시위대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한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과격성이 눈에 띄면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이 서서히 열기를 잃어갔던 것이다.

경찰은 5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전국적으로 2천398차례 촛불집회가 열린 것으로 집계했으며, 참가 인원은 경찰 추산 93만2천여명, 주최측 추산 300만명이었다.

이처럼 PD수첩은 100일이 넘도록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고, 검찰은 그런 PD수첩에 대한 1년여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PD 4명과 작가 1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사실을 왜곡해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고 협상과정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100여일간의 촛불집회는 왜곡된 보도를 본 시민들의 오해에서 빚어진 셈이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를 지켜본 시민사회는 보수와 진보에 따라 의견이 여전히 엇갈린다. 방송개혁시민연대 김강원 대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오보로 기소를 환영한다"고 반겼지만, 광우병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언론 자유 축소, 표현의 자유 축소이며 법치라는 이름으로 법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에 대한 민심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는지, 아니면 PD수첩의 왜곡보도에 따른 집단적 오해였는지는 이제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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