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잠든사이 회사가 사라졌네

2009. 3. 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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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티전자, 서울서 인천으로 이전

경영난 속 순환휴직 합의도 파기

"출퇴근 어렵게 해 직원정리 꼼수"

네비게이션 제조업체 자티전자에 근무하는 120여명의 직원들은 지난 2월25일 출근했더니 직장이 사라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통보도 없이 밤 사이 서울 관악구 인헌동 사옥에서 인천 남동공단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지난 1984년 설립된 자티전자는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 무선통신기기 제조 및 판매로 성과를 이뤄온 견실한 중소기업이었다. 연 매출은 100여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1월 38명의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2006년 이후 3년 연속 적자 누적에 의한 경영 악화가 이유였다.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회사 쪽은 사직 권고자들에게 정리해고 통지서를 전달하고, 2월2일 인천 남동공단으로 회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한 직원은 "영업 활동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급작스럽게 이전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가 조직되고 해고가 쉽지 않아지자, 출퇴근을 어렵게 해 직원들이 떨어져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교섭에 들어갔고, 2월12일 회사 쪽은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조 쪽은 직원 절반씩 순환 휴직으로 인건비를 줄이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24일 합의를 파기했다. 순환 휴직에 의한 비용 절감 효과가 적다는 이유였다. 25일 새벽 1시께 회사 이전 작업이 시작됐고, 새벽 5시30분께 출근한 직원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공장 설비 대부분이 인천으로 이전한 뒤였다.

이 회사 김영진 총무이사는 "노조가 제시한 순환휴직에 의한 비용감축 효과가 생각보다 적었고, 공장 임대료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전이 결정된 것"이라며 "낮에 이사를 할 경우 건물에 입주한 다른 업체에 불편을 줄 수 있어 부득이 새벽에 이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동석 자티전자 노동조합 분회장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옥 자체가 회사 건물인데 임대료 절감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인천에서 버티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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