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속 잇속 챙기기 금호 총수일가 '도덕성 논란'

2009. 8.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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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호렌터카 등 적자 계열사 동원 총수 주식 사들이게

박삼구·박찬구 회장 모두 수백억 차익…회사는 손실

금호그룹 총수일가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계열사와 주식거래를 통해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챙기고 경영권 경쟁을 위한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의 주식을 사준 아시아나항공, 금호렌터카는 지난해 경영악화로 적자를 기록해,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배임 수준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9일 내놓은 '금호그룹의 문제성 주식거래 사례' 보고서를 보면, 금호렌터카는 차입금 상환자금 마련 등의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핵심인 렌터카사업을 계열사인 대한통운에 팔아 3073억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금호렌터카는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1월 총수일가가 보유하던 금호개발상사 주식 18.75%를 149억원에 사들였다. 또 총수형제간 갈등이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지난 7월에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그룹 상무 등이 보유하던 금호산업 주식 2.59%를 183억원에 사들였다. 박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응하기 위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추가확보하는데, 금호렌터카가 지원한 셈이다. 금호렌터카는 지난해 경영악화로 당기순이익이 14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개발상사도 지난해 매출채권이 23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자금사정이 악화한 상태인데도 지난 7월 총수일가로부터 금호산업 주식 2.21%를 157억원에 사들였다. 또 이를 위해 다른 계열사로부터 30억원을 빌리기까지 했다. 이는 박찬구 전 회장이 지난 3일 박 명예회장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세창씨 등이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을 위해 금호렌터카와 개발상사를 무리하게 동원했다'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통운에게 렌터카사업을 3000억원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렌터카사업의 현재가치가 3000억원 정도여서 차입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가치는 거의 없는데도 비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총수일가들은 또 계열사간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싼값에 확보하고, 회사 가치가 커진 뒤 다른 계열사에 보유주식을 비싼 값에 파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챙겼다. 총수일가가 올해 초와 지난해 말 아시아나애바카스 주식 30%와 아시아나아이디티 주식 28.6%를 아시아나항공에게 239억원에 판 것이 대표적이다. 총수일가는 이를 통해 첫 투자금의 19배에 이르는 큰 이득을 얻었는데, 박삼구 명예회장 부자는 물론 박찬구 전 회장 부자도 함께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업전망이 좋은데도 처음부터 출자를 하지 않거나 증자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총수일가에게 주식을 싼값에 확보하는 길을 열어준 뒤, 나중에 6~7배의 비싼 값에 주식을 사주었다. 이는 불법 상속 논란을 부른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식매입 시점은 경영사정이 크게 악화한 시기와 일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와 올 1분기 연속으로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한편으로는 대한통운의 자금을 다른 계열사를 위해 빼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총수일가의 주식매입 자금 확보를 위해 경영사정이 안좋은 계열사까지 동원했다"면서 회사 임원들의 배임 의혹과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 쪽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객관적 평가를 받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식거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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