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에 '키코 닮은꼴' 있다?

2008. 11. 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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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은행 1조 '환급보증'-조선사 부도나면 선수금 물어줘야

'선물환' 매도 계약-발주취소땐 달러사서 메워줘야

국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위기는 국내 금융권의 부실과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중소 해운업체가 배를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이나 중소 조선사가 조선소 등을 지을 때 필요한 시설자금을 공격적으로 대출해줬다.

여기에 더해 조선사 경우 환급보증서(RG·Refund Guarantee)라는 특수한 지급보증이 들어가 있다.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맺을 때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증서를 발급해줘야 선주에게서 배값의 일부인 선수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보증서는 조선사가 부도나면 그때까지 받은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약속이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부도위험이 거의 없지만 중소형 조선사는 최근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환급보증서 발급규모를 1조3천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권의 환급보증서 규모는 19일부터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중소 조선사들에서 은행들이 환급보증서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아 현황 파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금융시장에서는 은행권의 보증서 발급규모가 최소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기업영업 담당 임원은 "아직까지 부각되지 않았을 뿐 조선사에 대한 환급보증서는 '키코'만큼이나 국내 은행들에 뜨거운 감자"라며 "조선사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은행들은 이미 발급한 것도 떼일까봐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경우 대형 조선사 60~70%, 중소형 조선사 30~40% 비율로 환급보증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를 주문한 선주나 해운업체 쪽에서 발주를 취소하는 경우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조선사들은 지난 2~3년간 선박을 수주하면 배값에 대해 거의 전액 선물환 매도를 해놓았다. 예를 들어 1년 뒤 받을 선박대금 1000만달러를 950원에 팔겠다는 계약을 미리 맺어놓는 것이다. 만약 선주 쪽에서 발주를 취소하면 이 달러를 받지 못하게 되고 조선사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할 당시는 원-달러 환율이 900~1000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400원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조선사가 현금 부족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은행이 대신 달러를 사서 메워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최근 국내외 선주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발주 취소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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