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GM자동차, 남 일 아니다

2008. 11. 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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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새사연 기자]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이 아직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기보다 더 위협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기 시작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금융위기 증폭시켜

베스트바이(Best Buy)에 이어 미국 2위 가전유통업체인 60년 역사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2008년 11월 10일 3분기 손실 약 2억4000만 달러를 내면서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국제우편과 화물배송 회사인 DHL 역시 미국 법인의 감원 규모를 1만5000명으로 늘렸다. 위기의 진원지 미국 금융가에서는 이미 11만명이 해고된 상황이다.

2008년 3분기부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소비는 2008년 3분기에 이미 3.1% 감소했고, 4분기에는 2.9% 감소, 2009년 1분기에는 1.3% 감소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소비 침체라고 할 만하다. 미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인 미국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소비 감소는 미국 기업의 감산과 구조 조정, 그리고 실업자 증가로 이어진다. 2008년 10월 실업률은 6.5%로 14년만의 최고치이며 이로써 공식적인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08년 11월 현재 1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는 25년 만에 최대로 389만7000명에 달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9년 실업률을 8% 이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유동성 감소와 자금조달 위기→소비 위축→기업의 감산과 구조조정→실업 확대→소비 위축'의 악순환 구조를 따라 미국 경제가 불황의 기나긴 터널로 진입하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실물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 악화는 다시금 주식시장 폭락과 금융회사들의 자금회수 능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를 증폭시키게 된다.

휴지조각 된 주식, 사실상 사망선고 받은 GM

미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미국 실물경기가 어느 수준의 위기까지 치달을 것인지에 대한 시금석이 바로 자동차 3사가 몰려있는 디트로이트의 경제이며, 그 중심에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이 있다. 지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GM의 생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자동차 산업에 의지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2000년대 초 최대 93달러를 넘나들었던 GM의 주가는 2008년 2월까지만 해도 28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기 시작한 11월에 접어들자, GM의 주가는 11월 11일자 종가 기준으로 무려 2.92달러까지 무너져 내렸다. 10개월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1/10토막이 났다.

주가 2.92달러의 시점에서 GM의 시가 총액을 계산해보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남짓된다. 이는 시가 총액이 68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으로 GM을 68개나 살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GM을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사실은 11월 10일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DeutscheBank)가 GM의 '목표 주가'를 제로(0) 달러로 제시하면서 투자자에게 매도할 것을 주문했으며, 비슷한 시각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즈(Barclays)도 GM의 목표 주가를 1달러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GM 주식은 조만간 휴지조각이 될 것이니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한 셈이다.

GM의 주가가 추락한 것은 단순히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해서 이미 위축되기 시작한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 특히 소비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전 세계로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는 국면에서 매출 감소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나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에서 자동차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역시 2008년 10월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310만 대로, 전년 대비 10만 대가 줄어들었으며 BMW를 비롯하여 주요 자동차 산업들이 조만간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진 일본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요타와 닛산 등 8개 완성차 업체의 감원 규모가 2008년 11월 초 현재 9700명에 달했고 2008년 안에 1만여 명에 이를 예정이다.

설비 과잉과 부채에 의한 가수요 창출의 결과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미국 내 자동차 3사 가운데 단 한 군데만 파산해도 당해 실업자가 250만명, 2011년까지 추가 실업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기 여파로 이미 1000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한 미국 고용상황에 더욱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런데 GM이 누구인가? 2007년 도요타에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76년 동안 세계 제1위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41개국에 지사를 두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통했던 회사가 아닌가? GM은 한 해 1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3.3%에 해당하는 940만 대를 판매하며, 한 해 17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왔다. GM이 거느리고 있는 전 세계 지사에 고용된 인원은 25만명을 넘는다.

그런 GM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원인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변해왔던 자동차 산업 환경과 이에 대한 GM의 대응방식에 있다. 사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설비과잉으로 오랫동안 문제가 누적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2007년 현재 약 17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설비가 과잉되어 있다. 설비과잉은 자동차 회사들의 자산대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1970년대에는 약 20%까지 달했던 자동차회사들의 경상이익률은 현재 5~7% 대로 하락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시장이 포화되어가는 미국·유럽·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에서도 벌어졌다. 이는 해당 국가에의 공장 증설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설비가 과잉되어 있으나, 계속해서 생산능력을 확대해가는 구조에 빠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늘지 않는 자동차 수요를 확장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른바 부채에 의한 가수요를 창출해왔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중산층은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요를 일정하게 늘려왔는데 여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미국의 가계는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구매해 왔던 것처럼 자동차 구매 역시 차입에 의존했다.

되돌아온 부메랑, 경제의 금융화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위축까지 본격화되면서 절대적인 시장 축소가 진행되자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자동차 3사 중에서도 특히 GM의 쇠퇴가 유난히 두드러질까?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한 '경제의 금융화' 현상이 GM에도 예외 없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쇠퇴는 이미 1990년대에 시작되었고, 2000년 이후에 GM이 거둔 이익의 상당 부분은 사실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GM의 금융자회사 GMAC로부터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GM 역시 여타의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금융회사를 사업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금융부문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금융회사가 다름 아닌 GMAC였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만 해도 GMAC는 GM에게 약 22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면서 GM 자동차 부문의 손실을 메워주던 효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007년 GMAC가 낸 순손실은 23억 달러에 이르렀고 49% 지분을 소유한 GM은 이 가운데 11억 달러의 손실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들어서면서 GMAC의 손실은 더욱 증가하여 3분기에만 25억2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다. 이 가운데 모기지 관련 손실이 19억 달러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GMAC 역시 2000년대 과열되었던 모기지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GMAC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10월까지 총 9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MAC의 위기는 GM에게 직접 재정손실을 가져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GMAC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신규 할부 대출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자동차 판매 자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부진을 금융으로 메워왔던 GM이 이제 역으로 금융부문의 손실로 인해 GM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경제의 금융화가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인 GM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들은 설비 투자 기간과 투자 회수기간이 비교적 긴 제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회수기간이 짧고 한때 고수익이 보장되던 금융부문에 치중한 결과,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회생 가능성 자체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GM을 살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GM의 운명, 나아가 디트로이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부시 행정부는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개발' 명목으로 의회에서 통과된 250억 달러 외에 100억 달러 긴급 구제요청을 한 GM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과 새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자동차 산업을 살려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단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미국 자동차 3사(GM·포드·클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250억달러의 긴급 구제 금융을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7000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돌려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자동차업계 앞에 놓인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먼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어려움들로 인해 오바마 당선자나 미국 민주당이 나선다고 해도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첫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절대적인 경쟁력 약화가 한참 진행된 상태에 있다. 둘째, GM은 이미 상당한 적자를 안고 있어 어지간한 자금 투입으로는 몇 개월도 생존하기 쉽지 않다. 셋째, 아직 금융부문의 구제 금융을 위한 재정지출은 물론,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넷째, 결정적으로 이미 과잉 상태인 자동차 시장 국면에 더하여 절대적인 내구재 소비 위축과 시장 축소가 시작되고 있다.

GM의 위기, 한국 경제와 무관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29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왼쪽)으로부터 GM대우의 콘셉트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GM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미국 경제만의 위기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은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02년 GM이 인수한 한국 자동차 회사 GM대우가 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국내시장보다는 GM 본사를 통한 수출이 전체 판매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다. 때문에 GM의 운명은 곧 GM대우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GM대우에서 토스카와 윈스톰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의 경우 내년 3월까지 조업일수 기준 총 45일간 조업을 중지할 예정이고, 군산공장은 31일,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은 각각 10일 동안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최근 보도되었다. 미국 GM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하에 따라 더욱 악화될 여지도 있다.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실물경기 침체의 타격을 직접 받게 되는 순간이다.

GM대우 외에 외국계 자동차 업체인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사내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르노삼성도 이달 중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그것은 단순히 위기극복을 위한 경영 전략이 아니다. 11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 어떤 단어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은 단지 해당 기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의 회생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손쉬운 답으로서 구조조정을 거론하기보다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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