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내 저가항공 불시착 경고음

2008. 10.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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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영업 노하우 부족…누적적자 '눈덩이'안전성 믿음 못줘 소비자 외면…수익성 높은 국제선 취항에 사활

[이허브] 저가항공이 이륙하자마자 불시착 할 상황을 맞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난 후발 항공사들이 과열경쟁으로 기업의 존립을 흔들 정도로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저가항공은 지난 2005년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하며 첫 발을 뗐으며, 2006년 제주항공이 김포~제주·부산 노선을 띄우면서 경쟁국면을 맞았다. 올 들어선 대한항공의 진에어에 이어 영남항공이 운항을 시작했고, 조만간 아시아나의 부산에어, 이스타항공, 코스타항공 등이 진출을 준비 중이며 인천타이거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저가항공 선발 주자인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이 지난 2년 계속되는 적자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이처럼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가항공은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었지만 한편으로 연이은 사고로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규 진출업체가 늘어난 저가항공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외면 받는 저가항공=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회사원 김승준(45세, 가명)씨는 올해 제주도에서 4박 5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씨의 4인 가족이 휴가에 쓴 비용은 약 300만원. 김씨가 대한항공을 이용해 서울~제주 4인 가족 왕복 항공요금으로만 쓴 항공료는 전체 여행비 중 25%인 75만9200원(성수기 성인 1인기준 왕복 항공료 18만9800원-공항이용료 포함)이다.

만약 j항공을 이용했다면 항공료는 62만7200원(성수기 1인 성인기준 왕복항공료 14만8800원-공항이용료 포함)으로 대한항공과의 차액이 13만2000원이나 나지만 김씨는 대한항공을 그대로 이용했다. 이처럼 전체 여행경비 중 항공료가 1/4을 차지하는데도 저가항공을 이용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저가항공에서처럼 이용료가 택시비와 유사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존 항공료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은 그 동안 항공편 이용이 어려웠던 잠재 고객들을 끌어 들여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005년 8월 31일 기존 항공료의 70% 수준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이륙했던 한성항공은 이후 경영권 내분과 연이은 사고로 승객이 급감하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누적적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영업손실이 119억원에 달했다. 최근엔 공항 사용료 미납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장 현황=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는 제주항공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6년 6월 5일 첫 운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제주도가 지분의 25%, 나머지 75%는 애경그룹이 출자해 설립됐다. 제주도민에게 저가의 항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관광을 활성화 할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적자 누적으로 주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활주로 이탈 사고로 고객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9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며, 최근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지만 영업력 부족과 기존 항공사들의 견제로 이마저 당장 수익을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 7월 영남에어와 진에어(대한항공 100% 출자)가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들었고, 3개 항공사(에어부산, 코스타항공, 이스타항공)가 올해 취항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다크호스로 몸을 낮추고 있는 인천타이거 항공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은 오사카 등에 신규 취항하며 국제선에 가장 먼저 손을 뻗쳤다. 아직 부정기 운항이긴 하지만 취항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사실 저가항공사는 국내선만으론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운항 시간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제선 시장을 새롭게 뚫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선에 목메는 저가항공사들=

하지만 이마저도 난국에 부딪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별도의 영업조직 없이 해외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운영하면서 인터넷과 전화예약만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막상 국제선 탑승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아시아나 출자, 10월 취항 예정)이 노리는 것도 국제선 분야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국내선 운항 1년 이상, 무사고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국내선 취항에 나선 것이다.

이들 항공사는 다른 저가항공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수십 년간 축적한 영업망을 중심으로 빠른 시장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저가항공사들이 인터넷 예약 등으로 비용 절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 속내를 보면 오프라인 영업망을 뚫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아직 항공권 구입은 대부분 여행사나 항공사지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양대 항공사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업구조에서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쉽사리 판로를 넓히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선과 국제선을 불문하고 양대 항공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한편 업계는 정부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정부가 거품 없는 저가항공사를 육성할 목표를 갖고 있다면 그에 맞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에어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이 확대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자본력이 취약한 저가 항공사가 국내에 정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외국처럼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혜택이나 제도적 투자,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저가항공에 손 뻗을까=

소비자들에게 저가항공은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가격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국내선 활성화와 이와 연계한 국제선의 경우 대형 항공사와 비교해 항공료가 2배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여 관련업계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저가항공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만 잠재우면 3~4시간 이내 거리의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비즈니스 고객들의 국내 출장에도 저가항공 활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업계의 뼈를 깎는 비용절감도 뒤따라야 한다. 조직 규모를 줄이고, 경영을 합리화(객실 승무원이 기내 청소와 탑승권 확인 업무까지 동시처리)하는 등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과열양상은 일정부분 시장논리에 따라 사별로 경쟁력과 안정성이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진정될 수 있다. 전체 항공시장에서 쪼개먹기 식으로 영업망을 넓히는 데 그친다면 결국 출혈경쟁만 벌이다 예전처럼 고가 항공료 일색의 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저가항공사들이 이러한 장애를 뛰어넘어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진정한 저가항공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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