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슈]잘 나가던 대형마트 찬바람 분다

이학선 2012. 3. 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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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내우외환(內憂外患). 최근 대형마트의 상황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안팎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기 때문이다.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가자니 그 또한 실패위험이 커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손님 몰리는 주말에 문닫으라니…"

전주시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부산, 인천, 울산 등 전국의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줄이 영업규제에 나서기로 하면서 대형마트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평일 매출의 2배나 되는 주말에 문을 닫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이마트의 경우 한달에 일요일 두번을 쉬면 매출이 10.4%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일요일을 전후한 날(토요일이나 월요일)의 매출이 늘고,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유입될 수요 등을 고려하면 실제 매출감소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더라도 휴일 영업규제는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전주시의 조례개정이 이뤄진 뒤 사흘간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가는 각각 9.3%, 4.0% 빠졌다. 영업규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주주들이 주식을 내던진 것이다. 증권사들도 매출손실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등 대형마트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대형마트들은 그동안 공격적인 점포확장으로 몸집불리기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1999년만 해도 전통시장의 5분의 1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07년 전통시장(26조7000억원)을 추월했고 2010년엔 33조7000억원으로 전통시장 매출액(24조원)보다 9조7000억원 많았다. 입지가 괜찮다 싶으면 경쟁적으로 점포를 내 지역상권을 흡수한 셈이다.

영업규제를 처음으로 결정한 전주시만 해도 65만 인구에 대형마트 7개가 영업 중이다. 통상 인구 10만명당 대형마트 1개면 출점을 해도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한 것으로 보는데, 전주시의 경우 9만명당 1개꼴로 대형마트가 들어선 것이다. 여기에 기업형 슈퍼마켓 18개까지 있으니 지역상인들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대형마트들은 이번 영업규제를 놓고 억울하다고 항변하겠지만, 무분별하게 점포를 확장해 영세상인들을 코너로 몰아넣은 가장 큰 책임은 대형마트에 있다"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켜주는게 현재로선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잘나가는 이마트, 해외선 쓴맛

대형마트들의 고민은 또 있다. 국내가 어렵다면 해외에서 성과가 나와야하는데 이마저도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27개의 점포를 운영했으나 지난해말 9개의 점포를 정리했다. 국내에선 월마트와 까르푸 등 세계적인 대형마트와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던 이마트가 중국에선 사실상 두 손 든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시장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장기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효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중국 월마트 등에서 근무한 대만 출신의 제임스 로를 중국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중국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진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이마트의 중국법인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다수의 대형유통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중국시장을 볼 때 이마트의 중국 사업 흑자전환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사업전망을 어둡게 봤다. 실제 이마트는 중국 진출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는 9개의 점포를 정리하면서 한꺼번에 18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빚 모르던 롯데도…

비교적 후발주자로 중국 등 해외시장에 뛰어든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다른 전략을 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낙관하기는 이른 국면이다.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3분기까지 해외사업에서 1조65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아직까지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닌 셈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인수합병 방식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2007년과 2009년 네덜란드계 중국 마크로와 중국 대형마트인 타임즈로부터 약 1조원을 들여 73개 중국 점포를 인수한 롯데는 이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문을 연 중국 선양시의 허핑점 내부. 롯데마트는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하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마트가 속해있는 롯데쇼핑의 재무지표를 보면 2007년만 해도 마이너스였던 순차입금이 이듬해 6000억원대로 늘더니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조4000억원, 2조60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롯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직은 사업초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대형마트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성장의 끝이 보이는 국내시장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해외시장 사이에서 누군가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통업계의 희비도 엇갈릴 것"이라며 "유통업체가 그 어느때보다 고민스러운 시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분명한 것은 유통업 본연의 경쟁력은 잘팔릴 상품을 누구보다 신속히 내놓는데 있다"며 "각 업체들이 상품소싱 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등 해외사업에 대해서도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성공한 것에 도취해 치밀한 준비없이 접근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는 소비지표와 많은 인구, 발전 가능성 등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중국에 진출해선 살아남기 어렵다"며 "세계적인 대형마트인 월마트나 까르푸도 고전하는 곳이 중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6호 M+` 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6호 M+는 2012년 3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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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선 (naem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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