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또 인재(人災)로 멈춰..울진 1호기 "밸브 잠그지 않아 섰다"(종합)

이재원 기자 2011. 12. 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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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8시쯤 가동이 중단된 울진 원전 1호기의 고장 원인이 원전 복수기를 점검하는 작업자의 실수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이 멈춘 이유가 기계 고장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로 인해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전 가동과정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식혀주는 '복수기' 주변 시스템의 점검 과정에서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아 원전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돼 현재 정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복수기는 원자력발전소의 증기터빈 근처에서 증기를 식혀주는 장치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복수기 주변 시스템을 점검한다. 복수기는 진공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추출기라는 장치와 붙어 있다. 문제는 복수기를 점검하려면 복수기와 공기추출기 사이에 있는 밸브를 잠가 야 하는데 점검자가 이를 잠그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수기에 공기가 들어가며 진공 상태에 문제가 생겼고, 뜨거운 증기의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원전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복수기 점검 매뉴얼에 밸브를 잠그라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 작업 순서와 좀 다른 곳에 이 항목이 있어 실수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원자로와는 떨어진 증기터빈 근처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방사능 누출 등의 위험은 없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특정한 부품이나 장치가 고장 난 게 아니어서 추가적인 조치는 취할 게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원전은 이른 시일 내에 정상 가동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업자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이라 한수원과 규제기관이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2월 시험 가동 중이던 신고리 2호기에서는 나사 하나가 빠져 가동을 멈춘 사례가 있다. 당시 신고리 2호기는 핵연료봉을 넣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실제 운영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올 2월 영광 5호기가 자동으로 정지된 사고도 사람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영광 5호기에서는 발전소 건설 당시 빠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30cm짜리 드라이버가 냉각재 펌프 안에서 발견됐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새로 만든 만큼, 위원회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는 생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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