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를 며칠씩 업고 다니는 어미.. 침팬지, 가족을 하늘로 떠나보내는 중입니다

이영완 기자 2011. 9. 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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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름이나 형태는 달라도 인류는 모두 돌아가신 조상이나 가족을 기리는 풍습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가족을 잃었다면 이번 추석은 남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에서 실제로 죽음을 인식한다는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 동물 역시 가족의 죽음에 극도의 슬픔을 나타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 받아들이는 데 시간 필요

침팬지 사회에서는 어미가 새끼가 죽었는데도 며칠씩 계속 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지난 2월 네덜란드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 연구소는 이런 침팬지 어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16개월 된 새끼를 잃은 어미의 행동을 촬영했다. 다른 침팬지처럼 이 어미도 새끼를 업고 다녔다. 며칠 후 어미는 새끼를 깨끗한 곳에 눕히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계속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기를 한 시간쯤 하고는 어미는 새끼를 다른 동료가 있는 곳에 데려갔다. 동료는 새끼의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 다음 날 어미는 더는 새끼의 시신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연구진은 어미의 이런 행동은 새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혼자서 새끼의 시신을 보다가 동료에게 데려가는 것도 집단적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설명됐다. 그 사이 새끼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

◆돌연사와 질병사에 따라 다른 반응

돌고래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2007년 여름 이탈리아 테티스 연구소의 연구진은 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가 물에 빠지지 않게 계속 주둥이로 밀어올리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 행동은 이틀이나 계속됐다.

연구진은 새끼 턱 밑에 커다란 타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돌고래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의 곤잘보(Gonzalvo) 박사는 최근 논문에서 "돌고래 사회에서는 다른 어른이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며 "어미가 평소와 다르게 울고 새끼가 물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새끼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끼의 죽음에 대한 돌고래 어미의 행동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2008년 테티스 연구소 연구진은 2~3개월 된 새끼 돌고래가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새끼의 몸이 희게 변색한 것으로 보아 살충제나 중금속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주변 돌고래들이 새끼가 물에 떠 있도록 도와줬지만 결국 한 시간 뒤 새끼는 죽었다.

이번에는 어미의 행동이 달랐다. 어미는 새끼의 시신을 물 위로 올리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시신이 가라앉게 내버려뒀다. 새끼가 가라앉자 돌고래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곤잘보 박사는 "동료가 병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면 도와주기는 하지만 이미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살아 있는 동안 도와주다가 죽음 뒤에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앞서 경우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면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며칠 동안 머무른다는 말이다.

◆슬픔 때문에 집단 자살 부르기도

뉴질랜드 범고래 연구소의 잉그리드 비저(Visser) 박사는 "돌고래가 집단적으로 바닷가에 떠밀려 오는 것도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 한 마리가 죽어 바닷가에 떠밀려 오면 다른 고래들도 따라온다. 사람들이 다른 고래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바닷가에 오지 못하게 해도 계속 찾아온다.

KIST 뇌과학연구소의 신희섭 박사는 "생쥐도 다른 생쥐가 전기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고통신호가 나온다"며 "인간과 같은 감정이입을 동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뇌 회로가 차단되면 동료의 고통에도 무신경한 이른바 '사이코패스' 쥐가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어야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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