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제 고쳐야

2010. 6.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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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만8860원 대 169만원.

전북 군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인건비 명세서다. 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출한 비용이고, 후자는 내국인 근로자에게 지출한 비용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인건비 역전'의 역설이 빚어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용이 내국인 근로자보다 50만원 이상 많은 것은 숙식비 부담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1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들에게 숙박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숙소 관리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이 비용이 1인당 월 65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거래처에서 줄기차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내국인 근로자 기본급은 계속 동결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근로자 기본급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올라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내국인 직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제로 인한 내ㆍ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역전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주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최저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차등화시키는 등 최저임금제를 일부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 합법적으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2003년 제정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국인과 동등하게 보호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균등대우 원칙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떨어지는데, 고용비용은 내국인 근로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용역 의뢰한 '각국의 외국 인력 임금 수준과 최저임금 적용현황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와 비슷한 일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비교할 경우 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보다 90%로 낮은 반면, 임금을 포함한 총 고용비용은 97.5%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숙식비용 과다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6.1%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월평균 식사비용은 19만7000원이었다. 아울러 중소기업 87.4%가 숙박을 업체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월평균 숙박 지원비용은 16만3000원에 달했다.

외국과 비교할 때 한국 최저임금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회에 따르면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나 최저임금이 2008년 3월 기준 월 56만4019원으로 우리나라의 월 85만2020원에 비해 월등히 낮다.

중앙회는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 근로자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 최초 입국 시 수습기간 적용을 의무화하고 이 기간 기본급여의 일부를 제외하고 지급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기업들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경우 차별을 법률로 명시하기 어렵고, 국제노동기구(ILO)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다.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포함하는 문제의 경우 노동계 반발이 부담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숙식비 유료 제공을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명확히 함으로써 숙식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방식을 일본처럼 산업연수생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일본은 연수생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연수 수당도 국내 최저임금보다 낮다"며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ILO 감시를 받아야 하는 만큼 ILO 감시 대상이 아닌 연수생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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