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금값이 '금값'..귀금속상가를 가다

안준형 2009. 2.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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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준형기자]지난 16일 종로 3가 귀금속 도매상가. 갑작스럽게 추워진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매장 안 분위기는 썰렁하다. 냉냉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금 값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도매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일부 점포는 `개점 휴업`상태를 방불케 했다. 열 명이 넘는 점원에 상담중인 고객은 고작 1~2명. 그러나 이마저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한 종업원의 설명이다.

"요즘 같으면 월급 받기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누가 이런 판국에 제품을 구입하려 하겠습니까"4년째 금도매업을 해왔다는 김씨는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치솟는 금 값으로 인해 종로 예물상점들은 모두 울상이다.

매장에는 5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29·성수동)씨가 흥정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에 사려고 하다가 좀 더 있으면 금값이 떨어질 줄 알고 기다렸다"며 "괜한 욕심을 부려 더 비싼 값에 사게 됐다"고 말했다.

▲ 금시세(17일)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17일 한국귀금속판매중앙회에 따르면,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는 순금은 소매가 기준으로 3.75g(1돈)에 19만2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13만원하던 금값이 일년 새 47% 상승했다. 자고 일어나면 금값이 1000~2000원까지 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거기다 경기 한파까지 겹쳤다. 그러다보니 귀금속도매상가가 몰려있는 종로 3가에는 높아진 금값에 집에 숨겨뒀던 소량의 금붙이를 팔아 팍팍한 살림에 보태려는 사람들도 늘었다.

제기동에서 왔다는 이모(72) 할머니는 꼬깃한 종이에 싸여진 금반지를 꺼내며 "아들내외에 얹혀사는데 요즘 경기가 어려워 아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살림에 보탬이라도 될까봐 장롱에 감춰온 금붙이를 팔러왔다"고 말했다.

높아진 금값에 자연스레 금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귀금속 판매업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15년째 종로에서 금을 팔아온 서모(45)씨는 "지난 말에 비해서 거의 30% 정도 금값이 올랐다"며 "발렌타이데이와 봄철 결혼 시즌을 앞두고 예년 같으면 성수기인데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또 10년 동안 금세공을 해왔다는 윤모(39)씨는 "금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으니 세공 건수도 확 줄었다"며 "지난해 말부터 세공업을 하던 주위의 사람들 중에 일거리를 잃어버린 경우도 많고 심지어 문 닫은 세공업체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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