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행복지수] 물가 뛰고 일자리 없는데 정부는 못믿겠고..

2008. 7. 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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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50대ㆍ영남 출신)는 작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찍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부가 한 일이 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노무현 때가 나았다"고 푸념했다.

우리 경제에 대해 한숨짓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김씨 같은 '골수 MB(이명박 대통령) 지지자'의 입에서조차 노무현 정부 때보다 "경제적으로 더 불행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란 이중고에 빠져들고 있는데 위기를 헤쳐갈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는 온통 '빨간불'

지금 국내 경제 상황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나쁜 뉴스'뿐이다.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 데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종 물가지표는 이미 외환위기 수준이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5.5%로 거의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다 시중 유동성까지 넘쳐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나쁘다.

하반기에는 3%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10년 만에 최악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경기 하강 압력은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11년 만에 처음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올해 실질국민소득(GNI)도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경제가 올해 4%대 성장을 하더라도 실제 국민들의 소득은 전년대비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3중4중'으로 증폭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데 가계빚은 늘고,금리는 상승세다.

그나마 올해 일자리 수 증가폭은 19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30만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올해 비경제활동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1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번 조사에서도 경제적 행복지수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와 고실업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양극화를 의미하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었다.

◆부실한 리더십이 불행키워

더욱 심각한 점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만에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행복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밝힌 국민이 62%를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실제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행복감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현 정부의 성장 중심주의나 반시장주의적 물가 대책이 70년대 식 경제정책을 연상케한 데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과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 내각'의 등장이 서민들의 정서적 이탈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희망과 비전 제시해야

국민들의 경제적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제적 행복 증진이란 관점에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국민들의 29%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복지확대(20%) 경제성장(19%)의 순이었다.

밖으로 드러나는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현 상황이 어렵더라도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좀 나을텐데 현 정부가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지금까지의 실책을 깨끗이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잘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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