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일이란.. "호구지책"

2008. 6. 4. 22: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일은 '자아실현 수단'이지만 한국인에게 일은 그저 '생계 수단'일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지금 하는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내놓은 '근로관의 국제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 31개국의 20~69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사회 조사 프로그램(ISSP)' 설문조사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근로관은 '생계수단형'으로 분류됐다.

생계수단형 근로관이란 일에 대한 보람과 직장 내 인간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모두 낮은데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지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자연히 일에 대한 의욕이나 만족도가 떨어지고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피폐해진다고 느끼는 경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인이 일에 대해 느끼는 흥미는 100점 만점 기준 65.8점으로 미국(81.7점) 프랑스(78.4점) 일본(71.1점)보다 훨씬 낮다.

또 일에 대한 만족도도 66.6점에 불과해 미국(77.0점) 프랑스(69.5점) 일본(68.6점) 등에 못 미쳤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취업이나 진학시 자신의 적성보다 수입의 안정성이나 사회적 평판을 먼저 고려하는 데다 노동의 이동성도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으로 직업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 만족도가 낮은 데다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에 대한 충성심도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한국과 비슷한 근로관을 가진 나라로는 러시아와 동구권 국가들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그동안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일에 대한 의식이나 태도만 놓고 보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영국 호주 등 영ㆍ미권 직장인들은 대체로 '자아 실현형' 근로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은 자아실현 수단이며 그런 만큼 일에 대한 만족도와 직장 내 인간 관계도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또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개인주의 성향으로 직장 내 관계는 별로이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보람 중시형' 근로관을 갖고 있으며 일본은 반대로 일은 별로이지만 조직 내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은 '관계 지향형' 근로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 연구소의 최숙희 수석 연구원은 "한국인들이 아직 '생계수단형' 근로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이 삶을 풍부하게 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교육이나 고용 시스템은 물론 일상적 근로생활에서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