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고시] '디지털 시위대'에 쩔쩔매는 '아날로그 경찰'

2008. 5. 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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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10시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전경과 대치 중이던 한 시민이 전경 스크럼을 뚫기 위해 욕설과 함께 전경을 밀쳐댔다.

공격을 받은 전경이 시민을 다시 밀치는 순간 시위대 수십명이 순식간에 휴대폰과 캠코더,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본능적으로 시위대를 밀친 전경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채증'한 것.몇 시간 뒤 이 전경의 얼굴사진은 '폭력 경찰,과잉 진압의 증거'로 인터넷 사이트에 떠돌았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 현장에서 21세기형 시위대와 20세기형 경찰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최첨단 IT 장비로 무장하고 수십개의 인터넷사이트를 활용하는 시위대 앞에서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쩔쩔매고 있는 셈.실제 시위현장에 배치된 전경은 질서정연한 로마군단식 밀집대형에 보호 헬멧과 방패를 갖춘 예전 모습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시위대는 'IT강국'의 위상을 반영하듯 최첨단 다기능 휴대폰과 와이브로,인터넷망을 적극 활용하며 경찰과의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와이브로 기능을 갖춘 노트북과 캠코더를 들고 2인1조로 시위현장을 온라인 생중계하고 있다.

이들은 방패를 든 전경들이 시위대를 지켜보는 사이 시위대의 시각에서 현장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하는 것.특히 첨단 IT 기술은 시위대의 진로와 행동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위대의 행진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인터넷에 올라온 '속보'를 휴대폰 문자로 제공받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시위대가 향할 목적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청계광장쪽으로 다시 가자"라고 주장하자 다른 시위자가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청계광장쪽 시위대가 고립됐다고 한다.

경찰도 많다.

청계광장쪽 상황이 좋지 않다"고 확인해 방향을 트는 식이다.

시위대 간 다른 시위현장의 정보를 전하며 서로 독려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위대 속에서 정상적인 정보 채증을 위해 배치됐던 사복 경찰들은 커다란 무전기로 본부와 통화하다 프락치로 오인받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시위대가 사복경찰을 끌고가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시위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도 무전기 외에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지만 시위대에 비해 장비면에서 우월한 점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민제/오진우/이재철 기자 pmj5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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