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문 쥐' 삼성전자-협력업체 갈등 왜?

입력 2008. 5. 10. 18:37 수정 2008. 5. 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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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단가 인상 마찰 원인..불씨는 여전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휴대전화 조립품을 임가공하는 업체들이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에 납품을 중단하면서 빚어졌던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의 갈등은 협력업체들이 단체행동을 중단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상대적인 약자인 협력업체가 납품 중단이란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았을 정도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표출된 것인 만큼 진화가 됐어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휴대전화 '애니콜'을 전담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협력업체는 모두 63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재료를 받아 조립한 뒤 완성 전단계의 휴대전화 조립품을 납품하는 임가공조립협력업체는 모두 18개사이고, 이번에 삼성전자에 반기를 들고 납품을 중단했던 회사는 그 중 절반인 9개사다.

이들 회사는 각각 종업원 수만 400명이 넘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 중에서도 상당이 큰 규모에 속하지만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기업이 하청.협력업체에 원가절감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내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해 왔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납품단가가 동결되면 결국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하청.협력업체들을 큰 부담을 떠안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2년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정보통신 총괄의 원가절감 목표액 가운데 1조2천여억원을 단가인하를 통해 달성키로 하고 협력업체에 납품가 총액을 6~9%씩 내렸고, 2003년에도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부당하게 삭감해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올해 1.4분기에 5조5천5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9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삼성전자의 매출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거액의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협력업체들에 희생만 요구해 누적된 불만이 이번에 폭발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측은 과징금이 부과된 행위는 예전에 발생한 일로 현재는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전세계 휴대전화 생산공장 가운데 구미사업장의 원가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극단적인 경우 국내 공장이 폐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삼성전자측은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납품 단가를 정하는 6월1일을 앞두고 협력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9 선언 직후 노동계 전체가 들썩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휴대전화가 생산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삼성전자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삼성측이 이번 사태를 쉽게 덮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미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희생만 요구할 경우 이번처럼 마찰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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