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광우병 우려"가 "매우 안전한 소"로

2008. 5. 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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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농림부 보고서로 본 '정부 입장 돌변'

ㆍ(1)OIE 기준- 30개월 이상은 보장못해→안전

ㆍ(2) 광우병 위험- 잠복기 길다 → 과학적 근거없다

ㆍ(3) 美검역실태- 시스템 미흡하다더니 "신뢰"

ㆍ(4) 월령 해제- 日·대만 협상 지켜본다더니 '개방'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반년 사이 이루어진 한국 정부 방침의 표변을 보면 애초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정권 교체가 되면서 '매우 안전한 쇠고기'로 둔갑한 꼴이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21일 이후 정부는 협상과 관련,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광우병 우려도 없으며 △광우병 유전자에 취약한 한국인 특성도 과장이며 △정치적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5일 공개한 정부 문건을 보면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의 불안전성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 의식과 협상 조건을 견지하고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검역주권까지 포기하며 '퍼주기' 협상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①국제수역사무국(OIE)과 협상 조건=정부는 쇠고기 전면 개방 이후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으며 미국 측과의 협상 또한 OIE 기준에 맞춰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말 '광우병 위험 통제국' 평가를 받았고,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우려하는 정부회의는 지난해 9~10월 진행됐다. 정부는 OIE의 미국에 대한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정에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신뢰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OIE도 30개월 이상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결국 OIE에 대해서조차 쇠고기 전면 개방 협상 타결 전후가 다른, 이중잣대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②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과학적 안전성과 광우병=쇠고기 협상의 쟁점은 30개월령 이상의 '늙은 소' 수입과 미국 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이행'의 문제였다. 미국 내에서의 동물성 사료 사용 문제는 광우병 발생 가능성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와 관련, "미국의 사료 금지 조치는 특정위험물질(SRM)을 비반추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아 사료의 교차 오염이나 재순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광우병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30개월령 미만 조건 요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을 뒤엎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한국민의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으로 인간 광우병으로 불림)'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모든 SRM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광우병의 잠복기가 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③미국의 검역 실태와 뼈 문제=정부는 이번 협상 뒤 "미국의 도축 과정 및 검역은 신뢰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지만, 불과 반년 전만 해도 강한 불신을 제기했다. 특히 광우병 발생 우려와 관련, 정부는 "미국은 모든 소에 대한 개체 추적 시스템을 운영하지 못해 광우병 발생시 추적 조사가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유럽은 도축되는 30개월 이상 소, 일본은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정상 소에 대해서는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고 있어 실제 식용으로 공급되는 소에 대한 검사를 완전히 배제해 식품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 기준을 정하면서 미국 도축장의 실태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미국 도축장의 경우 30개월령 이상 소와 미만 소의 도축 라인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전용 절단톱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교차 오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지난 2일 담화문에서 "도축·가공 과정에서 국제 기준에 따라 SRM을 제거하기 때문에 생산·수출되는 쇠고기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도 뼈를 우려낸 육수(Beef Stock)를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뼈를 고아 먹는 우리의 식문화 등을 고려하여 사골, 골반뼈, 꼬리뼈 등 살코기를 제거한 상태의 뼈는 수입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④쇠고기 협상과 '정치'=정부는 올 1월 대통령직 인수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은 한·미 FTA와 연계시키지 않고 국민의 식품안전 확보 차원에서 검토하겠다. 핵심 쟁점인 월령 제한 해제는 (미국과) 일본·중국·대만 등의 협상 동향을 감안하여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9~10월 정한 결론을 올 초까지 견지한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한·미간의 당연한 수순이 아니라, 양측간 협상·조율의 여지가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같은 여지를 버리고 서둘러 쇠고기 협상을 타결지은 것은 한·미 FTA 등을 위해 미국 측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참여정부 때 세운 조건에 따른 합의라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설거지' 주장도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설 땅을 잃는다.

<김종목·이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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