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大기업에 한국 52개뿐.. 반도체·車이후가 없다

2008. 4. 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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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기업이 나서라] <1부> 한국기업, 왜 위기인가 ① 성장이 멈췄다투자 외면한 사이 中45 印21 러 17개 5년새 늘어제조업 각종 성장성 지표 90년대 절반 이하로 '뒷걸음'매출 ↑ 수익↓… 30大기업 1000원 팔아 83원 건져

지난 16일 미국 뉴욕.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SK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이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투자설명회에 나섰다. "한국에 투자해 달라"는 목소리는 컸지만 국제 무대에서 이들의 위상은 마주 대한 글로벌 기업 경영진 앞에서 아직 '맵지만 작은 고추'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3위.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세계 10위권 기업이 없다. 포브스가 매출ㆍ수익ㆍ자산ㆍ시가총액을 종합해 발표하는 올해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59위.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190위, 245위에 머물렀다. 투자설명회에서 마주한 JP모건체이스(4위), 화이자(57위), 존슨앤존슨(58위)과는 현격한 차이다.

글로벌 기업이 없다

문제는 당장 왜소한 덩치 뿐이 아니다. 포브스가 2003년 2000대 기업을 처음 발표할 당시 55개가 포함됐던 한국 기업은 5년이 지난 지금, 52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이 좋아졌고 경제규모도 매년 4~5%씩 성장했는데, 기업은 그냥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반면 신흥국 기업들은 무섭게 성장했다. 2004년과 올해 사이 200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은 45개나 늘어났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도 각각 21개, 19개, 17개 기업을 명단에 새로 추가했다. 2004년 전체의 3분의1(776개)을 차지하던 미국 기업이 153개나 줄고 일본(57개), 영국(23개) 기업들도 퇴조하는 사이, 그 공백을 한국기업 아닌 다른 신흥국이 차지해 버린 것이다.

성장도 수익도 동반 부진

정체, 아니 퇴보는 업종을 망라한다. 전체 산업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진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2,800만원(2006년 기준). 1990년대만 해도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제조업(5,00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월등히 높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50% 수준이다. 덩치만 커졌지 내실은 없는 셈. 여전히 도소매업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조업 사정도 다를 것은 없다. 각종 성장성 지표는 2000년대 들어 90년대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특히 기업의 투자를 의미하는 유형자산증가율이 14.5%에서 2.5%로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를 가장 먼저 줄였기 때문이다. 투자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익성 역시 악화일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30대 대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4년 12.83%에서 2005년 10.11%, 2006년 8.51%, 지난해는 8.31%까지 떨어졌다. 2004년에는 1,000원어치를 팔아 128원을 남겼으나 작년에는 83원 밖에 못 챙겼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서는 매출은 늘면서 수익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쥐는 건 없는 형국이다. 2002~2003년과 2005~2006년의 상장 제조업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출기업은 내수기업보다 매출증가율이 12.1%나 높았지만 영업이익률은 내수기업이 0.3% 줄어드는 사이, 되려 2%나 떨어졌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굴뚝 산업'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30%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투자를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기업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기업 가운데는 본질적 영업에서 번 이익이 자본조달비용보다 작은 가치훼손기업이 가치창출기업보다 2배 가량 많다"며 "결국 경영환경 개선 없이는 투자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대로가 좋다고?

가급적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소극적 태도는 난국의 큰 원인이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은 수년째 신성장동력 발굴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반도체 이후', '자동차 이후' 등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블루오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신사업,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인텔(헬스케어), 도요타(하이브리드카), GE(환경사업), 샤프(태양전지), 노키아(음원사업), 애플(휴대폰 생산) 등은 전공분야와 다른 사업에 벌써 투자를 본격화한 상태다.

LG경제연구원 김범열 연구위원은 "대체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새로운 변화와 대응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기존 기술과 제품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럴수록 위기에 빠지게 된다"며 "환경에 대응해 끊임없이 변신하려는 노력만이 현재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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