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효성의 도덕 불감증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로부터 수백억원대의 현금을 대출 받은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퍼지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효성 측은 입을 다물고 있다.
담보나 사용처 등 적정한 대출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과 함께 상식 이하의 저리로 거액을 대출받아 계열사에 부담을 떠 안겼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효성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효성 관계자는 "절대로 저리 대출이 아니다"라며 "당시 효성캐피탈이 금융권으로부터 연 이자율 7~8%대로 돈을 빌려왔기 때문에 오히려 계열사에 효자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효성캐피탈은 한빛은행(11.50%), 국민은행(11.50%), 하나은행(11%) 등에 3형제들(10.8%)보다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줬다.
효성의 다른 관계자는 "(대출이) 과한 측면이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의구심을 가질만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는 당연히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사회 지도층 대접을 받고 있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대접을 받는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경제사범들의 대부분은 불법대출에서 출발한다. 최근 대만 초유의 경제 사건으로 사법계를 뒤흔들고있는 리바(力覇)그룹의 왕유쩡(王又曾) 회장일가도 불법대출을 통한 내부거래를 일삼고 고의부도를 내 종자돈을 챙겼다.
이 사건 여파로 리바그룹 금융 자회사인 중화(中華)은행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서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사건 등 모럴헤저드 사례를 보면 윤리 교육은 대외적으로 실시하는 형식적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며 "대기업이 직원들에게는 윤리경영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관계 당국이 나서야할 때다. 떳떳하다면 효성도 정당하게 대출 과정과 용처를공개해야 한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는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도덕적잣대가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김진오 기자 jokim@akn.co.kr<ⓒ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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