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출제·금산분리 폐지 다시 논란.."국내자본 역차별 부작용 걱정"

입력 2006. 3. 15. 22:15 수정 2006. 3. 15. 22: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자본에 의한 KT&G 경영권 위협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금융·산업분리 원칙과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산업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인수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산업 지배를 막고 있다. 출총제는 자산 6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회사자금으로 다른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순자산의 25%로 제한한 제도다.

퇴임을 앞둔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과거 재벌들이 부채에 의존해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는 출총제나 금산분리 원칙들이 필요했지만 기업의 국내 투자가 절실한 현 시점에는 이같은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들이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 자본을 역차별하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경쟁이 치열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히 앞으로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은 외국자본과 국내 산업자본밖에 없는데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해서 외국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 정책당국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경영권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손발이 묶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고 오히려 외국자본에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산분리 원칙에 엄격한 미국은 금융자본의 개념을 은행 등 제1금융권에 한정시켰다"면서 "외국자본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지나친 금산분리 원칙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최근 출총제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민단체들은 과거의 대기업 문어발확장 등 순환출자 폐해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적합한 제도인지 의문이지만 당장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이날 내정 발표가 있은 직후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순환출자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한 출총제를 당장 폐지하자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경제 부총리도 "금산분리 문제는 현재로선 아무런 정책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출총제가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박승 총재의 주장은 실질적인 자료로 입증돼 있지 않다"며 "오히려 투자 저조나 양극화 문제는 출총제의 대상인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 주장에 대해서도 "출총제 등을 규정한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유지하고,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규정한 금산법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규제를 풀어버리면 경영진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하겠지만 투자자의 권익보호라는 법익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훼손당하고 경영감시 등 외부견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희 김재중 기자 mh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