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체결까지'산넘어 산'

2006. 1. 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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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본격협상 돌입 전망과 과제

스크린쿼터 축소 등 이해집단 반발 클듯… 협정완료땐 GDP 2% 상승 기대도

정부가 스크린쿼터라는 빗장을 열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곧 열릴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초 협상 개시 선언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했지만 이런 나라들과의 FTA는 사실 한미FTA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과의 FTA는 심지어 제2의 IMF로 빗대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만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빗장을 풀고 미국과 한 시장이 되다시피하면 우리의 제도와 관행은 IMF에 버금가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저항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울타리의 보호를 받던 이해집단들이 울타리가 없어지는 상황을 눈뜨고 볼 리가 없다. 거센 반발로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왜 지금 미국과 FTA인가=FTA와 개방이 세계적인 추세인 마당에 우리로서는 미국과 언젠가는 FTA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와 EU와의 교역비중이 커졌지만 미국과의 FTA는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안보나 대미관계 등 경제 외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다른 어느 곳과의 FTA보다도 의미가 크다.

특히 그 동안의 지지부진한 FTA 체결로 FTA 지각생, FTA 후진국이라는 오명도 한미FTA만 체결되면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송재정 재정경제부 대외경제위원회 실무기획단 부단장은 "미국과의 FTA가 성사될 만큼 우리 경제가 개방되면 다른 나라들과의 FTA는 문제도 아니다"며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서로 FTA를 하려고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FTA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과 FTA체결 후 이어 중국 일본 등과의 FTA를 체결하면 한국을 허브로 미ㆍ중ㆍ일 3국 시장이 엮이는 구도가 형성된다.

경제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KIEP는 최근 자료를 통해 한미FTA를 통해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등의 효과로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2~1.99%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FTA 체결을 위한 당위성 외에 일정상으로도 지금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대통령과 행정부가 통상교섭권을 의회로부터 위임하는 무역촉진권(TPA)제도가 내년 6월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이후에는 의회가 교섭권을 다시 쥐게 되는데 의회 속성상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들과 논의를 벌여 협상을 매듭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협상에 1년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순탄치 않은 길=하지만 FTA 체결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장애물들도 보통 장애물들이 아니다. 2004년 한ㆍ칠레 FTA 체결 당시 겪었던 저항을 떠올리면 한미FTA 체결이 만만치 않음은 자명하다. 당시 칠레와 FTA를 맺는 과정에서도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체결이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칠레와 협상기간에서 국회비준까지는 무려 4년 이상이 걸렸다. 따라서 칠레보다 훨씬 영향이 큰 미국과의 FTA 협상을 1년 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과 BIT 협상 때 겪었던 국론 분열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특히 지난 1999년에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였고 결국 영화계의 반발과 여론 때문에 협상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당장 지난 26일에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발표되자 영화계가 발끈했다. 영화계는 정권 퇴진까지 거론했다. 과거 BIT협상 때 영화인들의 삭발과 눈물로 여론이 영화계 목소리로 쏠렸던 점을 되새기며 이번에도 국민들에게 호소하겠다는 생각이다. 또다시 나라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져 영화계의 목소리가 그때만큼 힘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당장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도 스크린쿼터 폐지를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한 편이다.

지금은 영화계의 반발이 도드라지지만 한미FTA 협상이 본격화하면 농민들의 반발이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농산물시장 개방 폭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당연히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도 협상이지만 이해관계 조정이 무엇보다 FTA 순항을 위해 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FTA협상 어떻게 진행되나=다음달 2일 한미FTA를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고 이 때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FTA를 의제로 올린 뒤 곧 한미FT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바로 협상절차에 들어갈 수는 없다. 우선 미국 정부는 협상계획을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3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협상 개시를 승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5월 초쯤에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FTA 협상기간은 짧게 잡아도 1년이 걸린다. 미국 정부는 협상이 끝난 뒤에는 다시 의회에 3개월 전에 FTA체결안을 상정해야 한다. TPA가 내년 6월에 끝나니까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이상민 기자(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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